전투화를 신었던 여자(5)

선배들의 인정을 받아라

by 미쓰리
KakaoTalk_20260215_185755987.jpg

후보생으로 인정받으려면

우리 앞에 놓인 첫 동계 군사훈련만 일단 잘 수료하면 되는 줄 알았더니

그 전에 꽤나 까다로운 산 하나를 넘어야했다.


그건 바로, 같은 학교 ROTC 선배들로부터의 인정!


육군의 인정을 받기 전,

우리는 먼저 그들의 인정을 받아야 했다.


대학생들이 방학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여행을 다닐 때,


나는 동기들과 함께 학교 지하 작은 강의실에 모여

입소 전 2주 선행학습에 매달렸다.


동기가 나한테 물었다.

"야, 근데 우리 2주동안 뭘 배우는거야?"

"나도 전혀 모르지!"


우리는 군장을 어떻게 챙겨야하는지도 모르는 햇병아리였다.


우리와 다르게 선배들은 포스가 있었다.

단정한 복장,

군기 잡힌 말투,

표정 하나 흐트러지지 않는 태도.


나를 포함한 동기들은 그들 앞에서 하나같이 말을 버버벅되었다.

몇몇은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

날카로운 질문이 떨어지면

목이 메어 대답을 못 하는 동기들도 있었다.


선배들은 천사와 악마 역할을 나눠 맡아 엄격함과 압박을 적절히 섞어

우리를 교육했다.


"야 진짜 OO선배 왜그렇게 무섭냐 진짜"

"아까 OO한테 한거봄? 후덜덜하더라"

"또 그 선배는 너무 천사야. 아무래도 역할 분담을 했나봐"


우리는 교육이 끝나면 자연스레 술집으로 모였고

그때 대화 주제는 늘 선배들이였다.

당시 선배들 귀 좀 간지러웠을 거다.

그렇게 우리는 빠른 속도로 가까워졌다.


-------


군가테스트가 한창인 어느날이였다


외워야 할 군가는 열 곡.

어떻게 외워야할지 막막했고 난 외우기 싫었다.


제대로 한번을 들어본 적도 없는 군가를 짧은 시간에 어떻게 암기하라는건가?

(당시 유투브에 검색되지 않았음)


악보만 가지고 열곡을 암기하라는 건 내게 마치 고문이였다.

정말이지 군가를 암기 하고 있는 시간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 같이 느껴졌다.


'암기 다 못하면 어쩔 수 없이 혼나야지 뭐'

난 그렇게 포기했다.


테스트 당일.


선배들은 별도의 교육 공간에 우리를 한 명씩 세웠다.

그리고 문을 닫고 혼자 부르게 했다.

그 방식은 굉장한 압박감을 들게했다.


"자, 너는 전선을 간다 불러봐"


나는 그 순간 이런생각이들었다.

'왜 이렇게 까지 하지? 아무리 그렇다고 한들 나는 왜 암기를 끝까지 하지않았지? 무슨 배짱이였을까'

나는 당연히 군가를 부르지 못했다. 가사도 생각안났고 박자는 몰랐다.


나를 보고 인상을 잔뜩 찌푸린 대대장 후보생 선배가 한마디 했다.

“아, 얘네 진짜 안 되겠네..”

그 선배가 말끝을 흐리더니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선배는 대기 중이던 동기들이 모여 있는 공간으로 가

압박 섞인 말을 신경질적으로 쏟아냈다.


"야 니네 진짜 뭐하자는거야? 이제까지 좀 봐주니까 만만하냐 군가 외우는게 그렇게 어려워?

군가 테스트는 이걸로 끝내고 니네 정신개조가 먼저다"


나는 차라리 혼나는게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군가 테스트가 허무하게 끝나는걸 무척이나 다행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동계훈련 입소 전까지도 나는 군가 암기를 하나도 못한 상태였다.


-----


그렇게 2주라는 시간은 굉장히 빠르게 지나갔고

선배들로 부터 대단한 인정까지는 아니지만

나름 훈훈한 결말로 2주 선행학습을 수료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고대하던 동계훈련에 입소했다.

작가의 이전글전투화를 신었던 여자(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