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비치캠핑장
마음에 드는 캠핑장 중 애견 동반이 불가능한 곳이 많다.
아무리 저렴하고, 뷰가 좋고, 시설이 좋다 해도 애견 동반이 불가능하면 우린 갈 수가 없다.
우린 산보다 바다를 더 좋아한다.
취향이 너무도 다른 부부가 유일하게 맞는 부분이다.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는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힐링이 된다.
그래서 우린 힘에 부칠 때마다 훌쩍 바다로 떠나곤 한다.
처음 캠핑을 시작할 때 가장 좋았던 점은,
바로 앞에서 숙식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파도소리를 들으며 잠드는 것이 로망이 실현되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우연히 서핑을 하다가 장호비치 캠핑장이라는 곳을 알게 되었다.
바닷가 바로 앞에 텐트를 칠 수 있다고 하니 꿈에 그리던 곳이 분명하다.
저렴하고, 애견 동반까지 가능하다고 하니 안 갈 이유가 없다.
우린 서둘러 예약을 했다.
예약이 꽉 차서 한 달을 기다려야만 했다.
드디어 기다리던 순간이 왔다.
장호 해변은 한국의 나폴리라고 한다.
잠깐, 한국의 나폴리는 통영이라고 들었는데...
뭐 어쨌든 바다가 예쁘다는 말이겠지.
별 기대 없이 장호해변에 도착했다.
해변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주차장에 차를 대고 손수 짐을 옮겨야만 했다.
아... 귀차니즘이 밀려온다.
주차장에서 힐끔 바다를 보니, 뭐 별거 없다. 그냥 바다가 바다지 뭐.
텐트부터 먹거리까지 바리바리 짐을 챙겨 들고 지정된 데크로 이동했다.
바닷가 데크에 짐을 풀고 고개를 든 순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와... 미.쳤.다.
눈앞에 펼쳐진 바다는 주자창에서 본 바다 뷰와는 완전히 달랐다.
이래서 한국의 나폴리라고 하는구나... 그 말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물색이 예뻐도 너무 예쁘다.
한국에서는 본 적 없는 바다 색이 우릴 반겨줬다.
짐 나르느라 힘들었던 게 싹 사라지는 순간이다.
우린 서둘러 텐트를 쳤다.
데크 간격이 좀 좁은 게 아쉬웠지만,
바로 코앞에서 바다를 감상할 수 있기에 모든 게 다 용서된다.
애견 동반이 가능한 곳이라 강아지들도 많이 보였다.
지금까지 애견동반 캠핑장을 다녀본 경험에 의하면,
캠핑 온 강아지들은 하나 같이 참 순하다는 사실이다.
녀석들도 한두 번 다녀본 솜씨가 아니다.
주인들이 텐트를 치면 옆에서 가만히 기다린다.
심하게 짖는 녀석들도 없고,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한 애들이 대부분이다.
성격이 얌전하니 캠핑도 가능한 거겠지만,
애견인으로서 녀석들의 매너가 고마울 뿐이다.
근데 여기서 복병을 만나고 말았다.
주인이 텐트를 치는 있는 사이, 웰시코기 한 마리가 목줄도 없이 돌아다니는 거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개는 아무 잘못 없다. 개념 없는 주인이 문제다.
젊은 커플은 강아지가 뭘 하고 다니는지 관심도 없어 보였다.
텐트 치느라 정신이 없어서 그러겠지... 이해하려 했지만,
피칭이 완료되어도 강아지는 계속 목줄 없이 혼자 돌아다녔다.
다행히 강아지가 순한 탓에 사고도 없고 클레임을 거는 사람도 없었지만,
정말 개 매너가 아닐 수 없다.
개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고,
캠핑 규정에 분명 목줄을 하라고 쓰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젊은 커플은 자기들끼리 놀기 바빠 강아지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옆 텐트가 철수하면서 우리에게 경고했다.
바닥에 개똥이 있으니까 조심하시라고.
한눈에 봐도 중형견 똥이다.
캠핑장에 중형견은 그 웰시코기 하나밖에 없었다.
같은 애견인으로 화가 났다.
이러니 일반 캠핑장에서 애견 동반을 꺼려하지.
그 젊은 커플 같은 사람들 때문에 애견동반 금지 캠핑장이 있는 거란 생각에 분노가 치밀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그 웰시코기는 해맑게 혼자 돌아다니며 영역을 표시한다.
처음엔 예뻐 보이던 강아지가 미워지는 순간이다.
"에휴... 네가 뭔 죄가 있냐. 주인이 잘못이지."
혹시라도 사람들이 싫어할까 봐
아무 말 없이 웰시 코기가 싸고 간 똥을 조용히 치웠다.
우리가 그곳을 떠나는 날까지 그 웰시 코기는 혼자 돌아다니며 똥을 싸댔다.
산책 갔다 왔는데, 누가 말했는지 젊은 남자가 우리 텐트 앞에 싸 놓은 똥을 치우고 있었다.
"저 앞에도 싸 놨어요!"
이때다 싶어 해변 입구에서 발견한 개똥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젊은 남자는 귀찮다는 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그 똥을 치우고는 텐트로 가버렸다.
뭐지?
보통 이럴 땐, "죄송합니다." 한 마디 하지 않나?
하긴... 그런 개념이 있는 사람이면 공공장소에 개를 풀어놓지 않았겠지.
참 씁쓸했다.
그런 개념 없는 사람들 때문에 이곳도 애견 동반 금지 캠핑장이 될까 봐 걱정스러웠다.
애견인이라면, 제발 개 욕먹이는 짓은 하지 맙시다!
장호비치 캠핑장은 계속해서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한국의 나폴리라는 칭호가 별로 달갑지 않을 정도로 멋있었다.
나폴리를 이태리의 장호 비치로 부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