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에 대하여

발표, 네트워킹, 그리고 출판까지

by oaktree

대학원에 들어오면 학회를 간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학회 발표가 실적이 되는 경우도 많다. 특히 해외 메이져 학회의 세션 발표를 하는 것은 난이도도 꽤 있고, 스펙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대학원생에게 학회의 의미는 무엇일까?


국내학회와 해외학회의 차이도 있고 분과마다 차이도 있겠지만, 여기에서는 사회학 해외학회 위주로 살펴보려 한다 (e.g., ASA, SASE, RC28).


학회를 가면 크게 세 가지 실용적인 의미가 있다. 페이퍼 발전, 커리어 네트워킹, 그리고 audience로의 경험이다.


첫째, 페이퍼 발전의 원동력이자 중간 마감일이다. 결국 학계에서 최종 목표는 나의 페이퍼를 출판하는 것. 그런데 짧아도 수개월에 길게는 몇년을 가는 페이퍼를 출판까지 혼자 끌고가는 것은 굉장히 버거운 일이다. 이 장기레이스를 비교적 동기부여가 쉽고 목표달성이 쉬운 것으로 바꾸어 주는 것이 바로 학회 1.초록마감 날짜 2.풀페이퍼 마감날짜 3.발표일 이다. 즉, 논문출판까지 쓰는 페이퍼가 연구계획서 - 초안 - 수정 - 최종본 이라면, 학회발표 마감일은 앞의 연구계획서 - 초안 까지의 발전을 돕는다. 그리고 해당 페이퍼의 발표 준비는 내가 이 연구를 청중에게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논문의 스토리라인과 핵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 따라서 학회발표를 중간 마감일로 생각하며 매년 학회들에 신청을 하면 논문 초안들을 만드는 좋은 동기부여가 된다. 더불어 학회에 붙었다는 것 자체가 해당 분야에서 내 논문이 ‘통할 수 있다’는 최초의 인정이 되기도 한다.

학회에서의 피드백은 굉장히 퀄리티 차이가 심하다. 라운드 테이블에서도 양질의 피드백이 오가며 운이 좋다면 그 분야 대가와 개인적인 만남을 가질 수도 있지만, 세션발표에서도 생산적인 피드백을 전혀 받을 수 없을 때도 많다. 하지만 우리 학교, 나의 기존 네트워크를 넘어서 모르는 청중들의 피드백을 받는 것은 페이퍼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고 미쳐 발견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바로잡는 데에 도움을 준다. 즉, 페이퍼 발전단계에서 ‘수정’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요인 중 하나가 학회 발표 피드백이다.


둘째, 나와 내 연구를 세상에 알릴 수 있는 네트워킹 시간이다. 경제학의 시각과 같이 연구와 나 자신도 상품으로 보는 것이 이해에 쉽다. 즉, 학회는 나와 나의 연구를 광고하고 판매하는 시간인 것이다. 내 연구를 흥미롭게 보고 나의 연구 분야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잠재적인 인용자이자 나의 새로운 네트워크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쌓인 인적 네트워크가 학계에서 나의 지지기반이 되어준다. 필자의 경우 학회에서 만난 동료들 덕분에 관심분야 사람들과 개인적인 친분을 쌓게 되고, 연구 초안을 공유하며 평상시에도 피드백을 주고 받을 수 있었던 것이 연구와 유학준비 모두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학회는 또래 연구자들뿐만 아니라 커리어의 정점에 있는 스타 연구자들과 개인적으로 대화해보고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셋째, 청중으로 경험하는 더 넓은 학계라는 세계이다. 학계에서 공부한다고 하지만 학회를 경험하지 않으면 내 학교라는 좁은 세계에 갇히기 쉽다. 한국에서 날고 긴다고 하더라도,해외학회를 나가보면 저절로 겸손해지게 된다. 세계의 수많은 연구자들이 어떤 연구를 어떵 방식으로 무슨 인사이트를 갖고 하는지 듣는 것은 동기부여가 되면서도 동시에 최근 가장 학계 첨단에 서있는 연구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흐름을 알게 해준다. 학계라는 넓은 세계에서 나와 나의 연구의 위치와 가치를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부가적으로, 그러나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것은, (많은 경우) 학교 지원으로 공짜 해외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서 학회만 보지 말고 근처 여행을 하면서 학회의 진가를 누려보기를 추천한다. 발표만 하고 집에 온다면 다시 가고 싶지 않을 수 있다.


즉, 학계에 가는 것은 장점이 많다. 하지만 모든 학회를 갈 수 없을 뿐더러, 학회에 다니느라 에너지를 소진해 페이퍼가 나오지 않는다면 문제다. 이 부분은 스스로의 에너지와 역량을 고려해야 할 문제이다. 하지만 떨어질 것을 겁내서 학회 지원을 포기하지는 말자. 그렇게 포기하기에는 얻을 것이 너무나 많다. 사회학자라면, 당장 2월 26일 마감인 ASA 마감에 맞춰서 글을 써보자! 이번엔 무려 뉴욕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학회에는 어떻게 뽑힐까? 대학원생이 무엇을 알겠냐마는 지금까지 조언과 경험을 정리해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1.세션 주제적합성

2.아이디어(재밌는거)랑 스토리라인

3.말 되는지(인과관계 설명-이것도 결국 스토리)


결국 짧은 Abstract으로 승부를 보는 학회 신청은 그 글에 담긴 스토리라인이다. 여기에 기존 연구를 보는 시각과 연구의 의미, 그리고 인과 메터니즘 등이 얼마나 설득력 있고 ‘재미있게’ 들어가는지가 핵심이다.


학회는 새로운 배움의 장이자 경험의 공간이다. 모두들 학계에서 누릴 수 있는 이 시간을 모쪼록 잘 사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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