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건 내 선택으로 결정된다
'마음을 내려놓고 천천히 기다리면 괜찮을 거야'
회사 일도 많지만 하고 싶은 게 많은 편이라 좀처럼 쉴 틈이 없다.
맡은 프로젝트가 있다면 제주도, 대구, 수원 근교까지 출장도 다녀오고 일이 많다면 야근도 한다.
매주 토요일에는 내 소중한 하와이 훌라춤도 춰야 하고, 그 사이사이 하고 싶은 건 모두 해내려고 노력했다.
문득 나의 바쁜 생활 때문에 아이가 오지 않는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이 들었다.
' 너 일을 좀 쉬어봐' 주변에서 종종 듣는 말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두, 세 달 있었더니 임신한 친구가 있다거나 퇴사 직후에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등 예시를 들며 퇴사를 권유하곤 한다. 누군가의 한마디에 흔들리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2년이 막 지나고 있을 무렵에는 '나도 회사를 그만두면 아이가 생길까?'라는 마음이 생겼다. 만약 확신이 있다면 정말 그럴 수 있다면 나는 당장 일을 그만두고 나갈 용기도 있었다. 이 고민은 약 10개월 정도 계속되었고 퇴사와 출근이라는 두 단어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나를 선택하기는 너무 어려웠다.
남편은 당장 그만둬도 좋다고 했다. 그리고 일을 계속해도 좋다고 했다.
그만두고 여유를 가지면 좋겠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지만 선뜻 자신이 선택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모든 것은 나에게 맡겨졌고, 함께 논의도 하고 고민도 했지만 결국 내 삶이기에 내가 선택할 수밖에 없다.
결국 나는 일을 선택했다.
일이 좋아 선택한 것도 있지만 내가 만약 일을 그만두고 쉬고 있는데 한 달, 두 달 시간이 지나도 우리에게 아이가 생기지 않으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이 컸다. 쉬는 동안 병원도 다니고 온전히 여유를 가지며 보낼 수도 있었지만 무작정 기약 없는 시간이 흘러가기를 바라지는 않았던 것 같다.
정말로 일을 쉬면 아이가 오나요?
아니요. 열심히 일하고 하고 싶은걸 다 해내면서 살아도 아이는 올 수 있어요!
항상 바쁘게 살아온 나 이기에 기약 없는 기다림은 더 독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보다도 그 상황을 이겨내기에 자신이 없었을 수도 있다.
나는 10개월 간의 고민을 일로 선택했다. 후회는 없다.
내가 열심히 잘 살고 있다면 언젠간 만날 수 있겠지.
그래서 이 메거진의 이름은 <일복>이다.
일복이 넘쳐나는 우리에게도 언젠간 일복이가 오기를 바라며 -
7년 연애 후 결혼 3년차, 신혼의 기준이 아이가 있고 없고 라면 우리는 아직 신혼부부.
원인 모를 난임으로 스트레스도 받지만 뭐든 써내려 가다보면 조금 위안이 됩니다.
내려놓기가 어려워 우리만의 방식으로 감당해보는 시간. 일복 wait for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