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툭 던진 한마디에 마음이 후련해졌다 <난임 일기>
나는 최대한 정보는 얻으려고 하지만 너무나도 집착을 하거나 나의 모습과 비교하게 될까 봐
깊게 읽어보거나 공감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특히나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더욱더.
많은 분들이 축복 같은 아이를 기다리며 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어플'이다.
마치 어플이 알려주는 날짜에 의해 일주일이 좌지우지되고 만약 한 달이 지난다면 기록과 함께 다음 달을
기다리게 된다. 나도 모르게 그 시기가 되면 하루에도 몇 번씩 어플을 들락날락 거리며 초조해했다.
한 달 두 달 그리고 1년, 2년이 지나가고 있을 무렵 어느 날 밤 남편이 말했다.
'너무 스트레스받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이를 갖는 것에 대해서'
정말 놀랐다. 나는 그동안 남편은 전혀 걱정하지 않고 오히려 신경 쓰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남편의 무관심이 섭섭하지는 않았다. 조급함은 나 혼자만 겪어도 된다고 생각했고 나의 이런 부담과 스트레스를 함께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둘 중 하나만 겪어야 한다면 그냥 나 하나인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나는 스트레스받지 않은 척, 초초해하지 않는 척, 괜찮은 척, 긍정적인 척 나의 이 상황에 대해서 티 내고 싶지 않았기에 최대한 감추려 했다.
나는 답변을 듣기도 전에 1시간 남짓 엉엉 울었다. 그동안 나의 초조함을 몰라주었다는 것보다 문득 나를 다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감동이 더해졌던 것 같다.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우리는 마주 보고 앉아 아이를 계획한 적은 없다. 하지만 둘 다 아이를 원하고 있고 언제 생겨도 좋아 라고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핸드폰 구석 작은 어플 하나에 표정이 달라지는 나를 발견하고 예전 같았으면 한 달에 한번 귀찮은 날이었지만 점차 그날에 더욱더 실망하고 우울해 보이는 내가 보였다고 한다.
훨씬 더 일찍 알아차렸지만 남편으로써 어떤 말을 전해야 할지 어려웠다고 했다. 혹시라도 평범하게 전하는 말이 나에게는 상처가 되고 스트레스가 될까 봐.
하지만 계속 힘들어하고 혼란스러워하는 걸 바라보며 말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자기 탓이 아니야, 내 탓 일수도 있어'
그 날 정말 많이 울어버렸다. 이 상황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나를 알고 있는 남편의 마음에 더 울었던 것 같다.
이제는 갑작스러운 그날이 찾아온 새벽에 실망감이 들어도 덜 울 수 있게 되었다. 주변 지인들의 임신 소식에 질투와 나에 대한 원망보다는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있게 되었다. 저녁마다 두 손을 꼭 잡고 함께 이야기하며 미래를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바쁜 시간을 쪼개어 여행도 갔다.
이미 임신과 출산을 겪은 분들이 말하는 '아이를 기다리며 둘만의 시간을 많이 보내고 여행도 많이 다녀'라는
말을 잘 실천하고 있다.
더 이상 핸드폰 구석 나를 집착하게 했던 어플도 지웠다.
물론 지금도 한 달이 지날 때마다 '괜찮다 다음 달이 있잖아'라고 쿨하게 넘기기는 어렵다.
하지만 나를 알아주고 서툴지만 함께 공감해 주려 하는 남편과 함께라서 아주 조금 괜찮아졌다.
풍진 항체가 없다는 건강검진 결과를 보고 풍진 주사를 맞아야겠다고 말한 날에 남편은 몇 번이고
같이 가줄까? 같이 가자 라고 말했다. 모든 것이 서툰 남편이 귀여우면서도 애쓰고 있구나 라고 마음이 쓰였다.
우리는 또 한 번 성장했다. 훗날 이 상황을 다시 기억하게 되는 날에 이런 날도 있었지 라고 회상이 될 것 같다.
오늘도 난 괜찮아 고마워
7년 연애 후 결혼 3년 차, 신혼의 기준이 아이가 있고 없고 라면 우리는 아직 신혼부부.
원인 모를 난임으로 스트레스도 받지만 뭐든 써내려 가다 보면 조금 위안이 됩니다.
내려놓기가 어려워 우리만의 방식으로 감당해보는 시간. ㅣ 일복 wait for you <난임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