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했는데 진짜 똑같을 줄이야
엄마의 MBTI가 궁금해졌다.
엄마에게 물어봤더니 당연히 모른다고 했다.
혈액형이 뭐냐고 물을 때 요즘은 mbti가 뭐냐고 물어본다고 했다.엄마의 성격유형도 궁금해져 핸드폰으로 하나하나 질문을 읽어가며 테스트를 진행했다. 두근두근 하며 마지막 결과보기를 눌렀더니
'mbti-t' 재기발랄한 활동가형
'우와 엄마, 우리 mbti 똑같다.'
모녀는 항상 다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되돌아 생각해 보니 정말 비슷한 점이 많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그 상황에 꼭 개입해서 제일 흥분한 사람이 되는 것. 새로운 일을 경험하게 되면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그 일을 우선순위로 두는 점. 하고 싶은게 많아 문어발식으로 다 해보고 집에 돌아와 피곤해 하는 것.
어떻게 보면 먹는 것 빼고는 거의 비슷한 것 같다.
'똑같은거 알았으면 싸우지 말자'
이제 알았다. 우리가 자주 싸우는 이유. 설마 설마 했는데 정말 똑같을 줄을 몰랐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서로가 화가나는 포인트를 잘 알고 피해야지 하면서도 불을 붙일 때가 있었다. 그 불은 거의 서로의 한마디 때문에 시작하게 되는데 그럴 때 마다 후회하고 후회해도 다시 반복될 때가 많았다. 그 싸움의 끝은 이미 상처난 서로에게 더 할퀴는 거나 다름이 없었다. 물론 엄마니까 이해해주겠지 딸이니까 이해해주겠지 라는 무언의 믿음이 있었지만 제일 가까운 사이가 가끔은 가장 먼 사람이 되는 싸움이였다.
그래서 우리는 싸움의 룰을 정했다.
만약 싸움의 불이 지펴질 정도가 되면 '그 말 하지마, 그 얘기 꺼내지말고 해' 화가 날 포인트를 미리 꺼내지 못하게 한다. 사실 입 밖으로 이야기만 안했지 서로가 어떤 말을 할지 다 알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는 최대한 목소리 톤을 높여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우리 지금 싸우는거 아니다? 우리 MBTI 똑같은거 잊지마 !!'
앞으로 넉넉히 30년은 더 맞춰가야 할 모녀의 대화법, 가장 똑같은 우리가 어떻게 대화할지 궁금해 졌다.
단순한 인생의 즐거움이나 그때그때 상황에서 주는 일시적인 만족이 아닌 타인과 사회적,정서적으로 깊은
유대 관계를 맺음으로써 행복을 느끼는 유형이 바로 ENFP-T 라고 한다. 한참을 이야기를 나누고 '엄마 그래서 엄마 MBTI 유형 뭐라고 했지? 라고 물어봤더니 A형이라고 했다. 아 그래 나만 알면 된거지 뭐.
서로를 몰랐던 것, 알게 된 것,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더 잘 알게 된 요즘의 모녀의취향이 정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