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체중 조금 느는 걸 한동안 위안하다가
어느 날 거울 앞에서 낯 선 사람을 대하듯
이러지 말아야지 하다가도 좁은 방 가득
잡동사니 조금씩 쌓이는 걸 알지 못했다
들고 다니지도 않는 핸드폰 또 하나 늘고
먹지 않을 음식물 냉장고에 차곡 쌓이고
입지 않는 옷들로 옷장 속이 한가득이다
유일하게 주는 것들은 통장에 든 잔고와
방바닥 쓸 때 보이는 머리카락뿐인 걸까
단 한 번도 뚜껑 열어보지 않았던 화장품
유효기간 몇 달이나 지난 걸 발견해내듯
주어진 내 시간에도 유효기간은 있을까
다만 그 유효기간이 끝나기 전 바닥까지
드러내어 알뜰하게 싹 비워낼 수 있을까
시간 지나도 사그러들지 않고 늘 새로운
향기 누군가에게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