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스타코비치 왈츠 2번

by 오스만


새벽시간 셰레메티예보 공항 활주로엔

비행기보다 먼저 안개가 내려 있었다

모스크바 시내까지 이어지는 철길 너머

숲은, 가을 낙엽으로 막 불붙고 있었다

단 한 글자 알아볼 길 없는 키릴 문자

열차 구석구석 빽빽하니 붙어 있었다

면세점에서 밀봉된 채 전달된 화장품

포장 무게로 등에 맨 가방은 땀에 젖었다

기차역에 내려선 이정표가 아니라 눈치

코치로 혼잡한 역사를 빠져나왔다

붉은 광장까지는 도보로 사십 분 거리

공산주의는 진작 무너지고 거리를 걷는

행인들은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광장까지 가는 길에는 카메라 든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러시아인보다 많았다

볼쇼이 극장을 지나 성 바실리 대성당이

보이는 벤치에 가방 내리고 땀 닦을 때

내 머릿속에 왈츠 한곡 막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