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오래된 전화기 하나,

by 오스만


오래 사용하는 전화기가 하나 있는데

이제 얼추 오 년 즈음 되었을걸

어제는 주머니 안에서 방전이 되었네

늦은 밤 집에 돌아와 전기를 연결하니

충전이 도통 안 되는 거였어

전기를 연결하고 10분이 지나도록

화면에 아무런 변화가 보이지 않는 거야

전화기 뒤에 뚜껑을 열어 배터리를

여러 번 빼었다가 끼웠다가 해보아도

전화기 화면은 깜깜 먹통이었어

마침내 내 마음에 준비를 할 때가 되었나

사실 오래 사용하기도 한 터였었지

그러다가 전기에 연결된 충전기 케이블

아주 살짝 덜 끼워져 있는 걸 보았지

그걸 손으로 밀자 휴대폰 화면이 마침내

꿀럭꿀럭 전기를 젖 먹듯이 빨기 시작했어

세상 대부분 오해는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고

내가 판단하는 대부분 결정 또한 어쩌면

너무 섣부르게 이루어졌던 게 아닐까

밤은 깊어 영 잠은 오지 않는데,

내 오래된 전화기 하나는 꿀럭꿀럭

내 곁에서 아기처럼 전기를 빨고 있었어.

매거진의 이전글첫눈, 기다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