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직원들이 눈치만 주지 않는다면
오후 한나절 그곳에 앉아 있어도 좋을 거야
비둘기나 까치도 이따금 소식 전한다지만
봄소식 전하는 건 역시 우체국 상징인 제비지
사람들 수시로 왕래하며 갈색 박스를 포장하고
가지고 온 봉투 위에 더듬더듬 주소 적고 있겠지
요즈음 세상엔 대부분 빠른 게 좋은 것인 양
등기 속달로, 빠른 특급으로 보낼 거라 하지만
아주 한참 집배원 가방 속에서 지내다가 고개
빼꼼히 내어 자전거 바퀴 소리에 귀 기울이는
하얀색 편지봉투를 상상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야
그리고 가끔은 밤새도록 적어 두었던 그 편지
받는 이, 채 정해지지 않아도 주머니에 넣고 와
반나절 즈음은 누구에게 이 편지 보낼까 한참
고민을 해보아도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