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스만 Jun 13. 2021

아마와, 프로


로터리 앞엔 항상 그 모녀가 있었다.  히잡을 푹 눌러쓴 여자와 아이 몇이 길을 막고 있었다.  '페퍼민트' 몇 단이 그 앞에 놓였지만, 셈을 치르고 사가는 이를 본 적은 없다.


웬일로 그날, 그들이 보이지 않았다.  아. 막은 길을 빙 둘러 가지 않아도 되는 건가.  그 길 앞엔 잡화점 하나가 있다.  물건을 사 돌아가는 길에, 여자애 하나가 다가와 페퍼민트를 내밀었다.  얼결에 손사래를 치자, 여자애는 "원 파운드"라고 힘없이 속삭였다.  수줍음을 느끼는 걸까.  걸음은 이미 지났지만 주머니에선 동전 몇 개가 쩔렁거렸다.  히잡을 쓴 것으로 보아 여자애는 갓 사춘기 나이로 보였다.


집으로 가는 길에 마음이 살살 불편했다.  

"동전 하나 그냥 줄 걸 그랬나 봐.  무안을 준 게 아닌지."


담배를 사러 들른 편의점 입구에선 어린 여자애 하나가 문을 막고 있었다.  문 손잡이를 잡고 한 손을 내미는 아이에게 냉큼 일 파운드 동전 하나를 내밀었다.  아이가 문을 열어 주었다.  담배를 사고 셈을 치르는 사이 문 쪽을 힐끔 확인했다.  여자 아이는 고개를 돌린 채,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문 쪽으로 다가서자 여자애가 문을 열어 주었다.  


"일 파운드 짜리 서비스인 걸까?"


몇 걸음 가지 않았을 때, 여자애가 뒤 따라오는 걸 알았다.


"일 파운드 분명 주었잖니?"


여자애가 고개를 저었다.


"동전 말고 지폐를 줬어야죠.  내가 원했던 건 지폐란 말이에요"


한동안 따라붙은 여자애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돌아보지 않고 걸었다.  언젠가 저 아이도 히잡을 쓰는 나이가 될 것이다.  


그때쯤이면 저 아이 또한, 프로에서 아마로 다시 돌아갈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생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