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주
잔잔한 한 주였습니다.
마음이 특별히 다른 건 아니었지만 지난 두어 주보다는 확실히 큰 무리 없이 흘러갔습니다. 그리고 OTT가 있어서 조금은 즐거운 한 주였습니다.
요즘 화제인 <흑백요리사>를 두 편 내지 세 편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았습니다. 요리를 직접 먹어볼 수도 없건만 왜 그리도 재미있는 것일까요. 특히 궁금증을 최대로 증폭시키는 지점에서 끝내는 초중반 엔딩신은 평소에는 크게 관심 없던 경연 프로그램에 오랜만에 몰입하게 한 킥이었습니다. 한 분야에 온 힘을 다 하고 그 재주를 겨루러 나온 참가자들의 모습이 찬란합니다. 각자의 경험과 식견을 바탕으로 참가자를 존중하며 냉철하게 결론을 내리는 심사위원들의 모습은 기품 있습니다. 그저 요리 경연 대회였지만, 이런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 너머,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삶을 궁금해하고 경외하게 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저녁, 맛있는 음식과 함께 마지막 화를 볼까 합니다.
그리고 역시나 드라마와 영화였습니다. 저는 흥미로운 지점을 보이는 배우의 작품을 쭉 이어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중쇄를 찍자!>와 <나기의 휴식>의 쿠로키 하루에 이어 츠마부키 사토시, 다케노우치 유타카의 작품을 쭉 찾아보고 있습니다. 츠마부키 사토시의 경우 예전에 언급했던 <런치의 여왕>부터 <오렌지 데이즈>, <젊은이들 2014>, <아사다 가족>, <P짱은 내 친구>, <레드>, <분노> 등을 교차로 쭉 이어보고 있습니다. 역시 종착역은 <워터보이즈>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될 듯합니다. 청춘스타로 시작하여 자신만의 존재감을 갖게 된 배우의 변천사를 많은 작품을 통해 잘 연결해서 보고 있습니다. 또, 다케노우치 유타카의 경우 <롱 베케이션>을 시작으로 <속도위반 결혼>, <방황하는 칼날> 등을 연속으로 해치웠습니다. 보통 유쾌하게만 나오던 다른 드라마들만 보다가 <방황하는 칼날>에서의 딸을 잃은 아버지 연기는 배우의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었습니다. <의붓 엄마와 딸의 블루스>를 보며 딸의 아버지를 어떻게 다르게 표현하는지 보고자 합니다. 아마도 종착역은 <냉정과 열정 사이>나 <비치 보이즈>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담배를 피우지 않고 술도 많이 먹는 편은 아니라는 핑계로 넷플릭스, 티빙은 꼬박꼬박 결제하고 있습니다. 웨이브는 SKT 우주 패스? 그거 덕에 무료로 볼 수 있고요. 어떨 때는 하나는 취소해야 하나 싶기도 했는데 요즘 그 뽕을 제대로 뽑는 거 같습니다. 좋고, 감사한 일입니다. 여러모로 사람들과의 교류는 적은 나날인데 OTT가 있어서, OTT와 함께여서 그래도 많은 감정을 느껴볼 수 있는 가을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