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복의 사상적 근원에 대하여
현재 우리가 마주하는 사회복지의 현실은 마치 2500년 전 춘추전국시대와 같이 분열과 혼란의 시기가 아닐까 싶다. 대한민국 사회복지는 지난 수십 년 동안 급격한 변화를 겪어왔고 지금도 계속 변화의 중심에 있다.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사회복지 공급총량이 근대 이전의 사회와는 비교조차 안 될 정도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로인해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되었고, 사회적 취약계층에게만 주어졌던 복지수급권이 일반 국민들에까지 확대되면서 사회복지는 이제 보편화된 권리로 인식하게 되었다. 사회복지 전달체계 또한 과거 외국에서 원조를 받거나 종교기관을 중심으로 시혜적으로 제공되던 것이 최근 10년 사이 영리 목적의 민간을 통해 바우처의 형태 등으로 서비스 유형이 다양해졌다. 또한 민간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면서 사회공헌을 넘어 사회복지서비스 공급을 직접 기획하거나 공급하는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공공부문의 책임성 강화라는 명분으로 공공기관이 직접 주도적으로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대가 됐다. 우리나라에 현대적 사회복지 체계가 도입된 지 100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복지서비스의 양적증가, 다양화, 복잡화, 시장화, 경쟁심화, 공공성 담론의 팽창, 대안적 서비스 조직들의 약진 등으로 사회복지 전달체계는 혼돈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복지국가의 역설
현대 사회는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자연스레 발생한 빈곤, 실업, 질병과 같은 사회문제를 더 이상 개인의 도덕적 결함이 아니라 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일제에 의해 강제된 근대화와 해방이후 전쟁 복구, 그리고 급속한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물론 정치적 혼란의 시기도 있었지만― 사회복지제도 또한 이제는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복지국가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복지의 제도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우리나라 국민들의 삶이 얼마나 풍요로워졌는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사회복지정책은 다른 경제관련 정책들에 비해 항상 우선순위에서 밀렸고 그나마 요즘 같은 선거철에만 잠시 정치적인 미봉책에 그치고 말았다. 정치의 늪에 빠져버린 사회복지는 정치인들의 선거 전략에 따라 양적성장에만 열을 올리다 보니 결과적으로 복지서비스 공급체계가 지금과 같은 복잡성을 증폭하는 꼴이 됐다. 그에 비해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구조적인 체계성과 효과성, 그리고 서비스를 전달하는 제공자(―사회복지사나 공무원, 자원봉사자 등등―)의 전문성이나 도덕성에 대한 진지한 노력은 미진했다. 사람들은 여전히 사회복지를 가난한 자를 위한 특권으로 인식해서 정치인들의 위선적인 행동과 개소리에는 혀만 끌끌 찰 뿐 별로 관심이 없다. 그래서 정치와 한 몸이 된 사회복지는 내 삶과 점점 멀어지게 되고 그 틈을 노린 생계형 정치인들은 자기 이익만을 위해 사회복지로 연명한다. 정치인의 생존도구로 전락한 사회복지로 인해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현실은 경제가 발전한 만큼 빈부의 격차는 더 심해졌고, 사회적 불평등과 취약계층의 고립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어쩌면 정치인이 정치를 계속하려면 사회복지를 계속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사회문제가 영원히 해결되지 않길 바라는 것 아닌지 의문이 든다. 어째 사회복지가 본래의 가치를 잃어버리고 실제 우리의 삶과 맞지 않고 많이 겉도는 느낌이 드는 요즘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사회복지는 서구 복지국가 모델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결과 효율성을 중심 가치로 확장해 왔다. 사회복지 정책의 결정은 국가재정과 정치적 선택의 문제가 되었고, 사회복지 실천은 표준화된 행정절차와 매뉴얼에 따라 일률적으로 수행하는 기술행위로 간주되고 있다. 또한 사회복지가 해결해야 할 삶의 고통은 통계와 지표로 환원되었고, 인간을 소득 기준과 점수표에 의해 복지 수급자와 아닌 자로 분류되는 행정의 대상으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사회복지는 효율성과 비용 대비 효과성, 그리고 성과 관리라는 미명 아래 인간의 삶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장치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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