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가 글로 소통하기
글을 쓰는 것도 말하는 것도 같이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하는 방법 중에 하나다. 최근 몇 년 사이에 TV 언론이나 SNS 같은 곳에서 자주 접하는 말이 '소통' 또는 소통이 잘 안 됬을 때 하는 '불통'이라는 말이다. 전세계 70억 인간이 모두 다른 생각과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다른 인격체인데 소통이 안된다는 말은 어찌보면 당연한 말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모두 다른 인격체들과 서로 소통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때 언어를 사용한다. 언어는 말과 글을 뜻한다. 물론 청각장애인이 사용하는 수화(手話, sign language)도 언어다. 중요한 것은 다른 생각과 다른 감정을 가진 사람들끼리 말과 글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전달하고, 설득하고, 또 상대방의 언어에 설득을 당하기도 한다. 우리가 불통을 이야기 할 때는 어떠한 상황을 두고 말하는 것인가? 흔히 상대방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을 때, 상대방의 생각이 내 생각과 다를 때 불통이라고 한다. 아주 이례적인 상황이었지만 얼마 전 어느 대통령처럼 아예 대화조차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불통의 상징이 되긴 했다.
우리는 언어로 소통하고 교감해서 자신과 타인의 마음과 생각을 바꿀 수 있다. 말이든 글이든 원리는 같다. 언어로 감정을 건드리거나 이성을 자극하는 것이다. 감정이 아니라 이성적 사유 능력에 기대어 소통하려면 논리적으로 말하고 논리적으로 써야 한다. 그러려면 논증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효과적으로 논증하면 생각이 달라도 소통할 수 있고 남의 생각을 바꿀 수 있으며 내 생각이 달라지기도 한다. -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p.21
사회복지사가 업무를 하면서 자기 주장을 글로 쓸 경우는 그리 많지가 않다. 사무실에서 대부분을 계획서와 평가서, 각종 일지를 쓰고 또 쓰는 것이 사회복지사의 평범한 일상이다. 하지만 1년에 한 번 정도는 반드시 간절한 주장이 담긴 글을 쓸 일이 생긴다. 그것은 바로 프로포절이다. 프로포절을 굳이 글쓰기 장르로 구분하자면 제안서 정도라고 보면 되겠다. 제안서는 계획서와는 또 다른 글쓰기에 속한다. 제안서는 주장을 해야 하는 글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주장은 반드시 논증을 해야 한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논증하고 있는가?
말이나 글로 타인과 소통하려면 사실과 주장을 구별해야 한다. 사실은 그저 기술하면 된다. 그러나 어떤 주장을 할 때는 반드시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옳은 주장이라는 것을 논증해야 한다. 논증하지 않고 주장만 하면 바보 취급을 당하게 된다. (중략) 처음에는 말이 되지 않는 것 같았던 주장도 누군가 확실하게 증명하고 만인이 그것을 받아들이면 사실이 된다. 지구가 둥글다는 것,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태양 궤도를 도는 한낱 행성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도 처음에는 사실이 아니라 어떤 과학자의 주장일 뿐이었다. -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p.26
논증은 옳고 그름을 따져서 논리적으로 자기 주장을 증명하는 것을 말한다. 논증을 하는 이유는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한 것이다.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에 대한 타당한 이유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논증하는 방법은 [주장하기-증거제시-주장과 증거의 관계짓기] 3단계로 진행된다.
논증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주장이 있어야 한다. 이미 입증된 사실을 증명할 필요는 없다. 사실 우리가 글을 쓰기 어려워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제가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가 프로포절과 같은 주장하는 글을 쓸 때는 평범한 일상 안에서 문제를 발견하는 눈이 필요하다. 즉, 문제의식이다. 항상 '왜(why)'라는 생각을 갖고 일을 하다보면 사무실 안에서도 글쓰기의 주제는 무궁무진하다. 사람은 반복되는 일상에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항상 가던 길도 돌아서 가보자. 생각지도 못한 풍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지 모른다.
두 번째로 내가 생각하는 것을 다른 사람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하려면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주장에 대한 근거가 많으면 많을수록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된다. 근거를 제시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보편적인 사실을 대거나 통계자료 같은 것을 많이 사용하거나, 아니면 전문가의 의견을 빌러서 자신을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이렇게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수집하는 자료를 2차자료라고 한다. 제안서를 쓸 때는 주제와 관련된 2차자료를 많이 수집하고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흔히 글쓰기를 음식을 만드는 과정과 많이 비교를 한다. 2차자료 즉, 논거는 음식을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에 해당한다. 개점한지 50년 이상된 욕쟁이 할머니의 맛집을 찾아가서 비법을 물어보면 할머니는 예상밖의 황당한 대답을 한다. 좋은 재료와 손맛. 무언가 내가 몰랐던 레시피로 새로운 맛을 낼 줄로만 기대했는데 돌아온 대답은 허무하기만 하다. 하지만 할머니가 만드신 음식을 글쓰기와 비교해보면 틀린 말이 아니다. 글을 쓰는데도 재료가 중요하다. 특히나 지금까지 해 본 적이 없는 새로운 주장을 제안하는 글을 쓸 경우에는 그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좋은 재료가 필요하다.
자료를 음식의 재료에 비유하기도 한다. 첫째, 풍성할수록 좋다. 음식 재료가 풍부할수록 좋은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둘째, 음식에 맞는 재료여야 한다. 카레 요리를 짜장 재료로 만들 수는 없다. 셋째, 믿을 만한 것이어야 한다. 출처가 분명하고 가짜가 아니어야 한다. 부작용이 크다. 넷째, 싱싱할수록 좋다. 제조일이 최근 것일수록 좋다. 다섯째, 색다른 것이면 더욱 좋다. 재료가 새로우면 더욱 맛이 있다. - 대통령의 글쓰기
이렇게 만들어야 할 음식이 정해지고 좋은 재료가 마련되었으면 이제 요리를 할 차례다. 글쓰기에서 '요리를 한다'는 것은 주장과 근거가 얼마나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를 설명하는 과정을 말한다. 이제부터가 진짜 글쓰기의 단계다. 논증하는 글쓰기는 주장하는 것을 남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논리정연하고 명확한 문장으로 간결하게 써나가야 한다. 글의 중간중간에 미리 수집해 둔 여러 가지 자료들을 제시하면서 주장의 근거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형태로 쓴 글은 글의 맛이 살아있다. 재료가 풍부하고 손맛이 살아있는 식당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이유다.
... 펜은 칼이 아니라 소통의 끈... 알쓸복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