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협상하지 않는다

오아시스 리페어

by 라라

제어할 수 없는 쓰나미 같은 시련은

언제든 나의 공든 탑을 무너뜨릴 수 있다

나 역시 그 파도에 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아는것 같다

무너지는 게 끝이 아니라는 걸


부서지면 다시 설계하고,

휩쓸려가면 다시 벽돌을 쌓으며

나는 끊임없이 나의 '구조'를 세워왔다


절벽에서도 다리를 세우고,

누군가 끊어내도 다시 연결하며 살았다

누군가의 탓을 하고싶지않았다


‘더 단단하게 만들지 못한 내 탓인가’ 자책하며

날 선 추위 속에서 나를 지켜왔을 뿐


사계절 모두 겨울이였던 시기

살기 위해 스스로 더 차갑게 얼려야 했던 나날들


“웃어요 좀”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냉랭한 얼음판 위에서 나는 나를 지켰다.


조르는 법도, 떼쓰는 법도 몰랐다.

내 삶에 ‘놀고 싶다’는 말은 없었으니깐.


시간이 흘러, 나는 그저 따뜻하고 싶어졌다.

과하지도 뜨겁지도 않게,

그저 잔잔하게 보온되는 온기.


나를 녹이겠다고 불을 지르며 덤비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사실 난 거창한 게 아니라

그저 따뜻한 ‘전기장판’이면 됐는것을.


화려하지 않게 가만히 안아줬으면

나는 벌써 무장해제 되었을 텐데.


이제야 한 걸음을 뗀다.

어렵게 꺼낸 “놀고 싶다”는 말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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