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아 강산아, 유주 입에서 책 이야기가 나왔어.
학교에서 장영희 선생님 책을 읽었다는 거야.
장영희 교수님 이름은 나 고등학생 때부터 친숙했잖아.
그 시절 월간 샘터에 연재도 하셨었고, 아프시기 전에 여러 권 저서도 이미 있었고.
“엄마, 나 오늘 장영희 작가가 쓴 책 읽었다. 제목이 엄마의 눈물.”
“오오오오! 엄마도 장영희 교수님 책 많이 봤는데.
교수님 아버지와 함께 영어 교과서도 쓰신 분이야.
무슨 내용이었어?”
“응, 그분 태어나서 1년 만에 소아마비에 걸렸대.
엄마 등에 업혀서 학교를 다녔는데, 그때 엄마 이마에 흐르는 땀이 눈물 같아 보였대.”
“오호, 어머니도 교수님도 대단하시지.
유주는 무슨 생각 들었어?”
“내 엄마는 나 안 업어 주는데….”
“어허, 그 옛날 어머니 등에 오바이트한 사람이 누구였더라.”
“애애햄!”
모녀 대화가 몹시 단편적이라고?
야야, 그래도 유주 입에서 한 꼭지라도 책 얘기 나온 건 온 동네 북 치고 장구 칠 경사스러운 사건이란 말이다.
아까 잠들기 전에는 문득.
“엄마, 학교 앞 서점에서 한강 책 팔더라.”
“진짜? 요즘 완전 품절이라던데. 그 작은 서점에서? 제목이 뭐였어?”
“뭐 소년이….”
“아아, 소년이 온다
그 책은 5.18 광주 항쟁 때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소년 이야기래.
엄마도 이제 읽어보려고.”
“5.18? 박정희? 전두환?
엄마, 그 전두환 손자가 인터뷰했었잖아.
할아버지가 너무 나쁜 짓을 많이 해서 빨리 돌아가셨으면 그랬었대.”
“아이고, 오죽하면 손자가 그런 인터뷰를 다 했겠냐.
전두환 나랏돈을 그렇게나 횡령했으면서 재판받을 때는 자기 전재산이 29만 원이라고 했었어.”
“헐!”
한강 작가 노벨 문학상 수상 후에 『채식주의자』를 중학생들이 읽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해 누나도 잠시 고민이 됐어.
강산이 생각은?
그런데….
중2 언니야들 저희들끼리 이런 대화를 하더라고.
“내가 채식주의자를 읽어봤거든.”
“오오, 그거 수위 높아?”
“아니 뭐 좀… 수위 생각하면 별로일 수도 있어.”
‘아이고 머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