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 시간이 임박했는데 소녀가 천하태평이야.
심지어 채근하는 어머니께 태도도 불손하기 짝이 없고.
혈압이 급상승했어.
깔딱 고개 넘는 심정으로 점점 높아지는 언성을 꾹 꾹 누르는데, 오늘은 진짜 나도 힘이 들더라.
아침이니까 하루 시작 망치면 안 되니까.
그렇게 집을 나섰는데, 택시가 또 안 오네.
한참 기다려서 도착한 장애인 콜택시 기사, 인기척도 없이 내 팔을 덥석 잡고 차에 태우는데 기분이 얼마나 나빠야지.
운행이 처음인 건지, 내가 처음 만난 아저씨인 건지 이제껏 그런 사람 없었는데.
운전을 하면서도 계속 혼잣말로 욕설을 내뱉으며 길을 헤매는 것 같은 거야.
내비게이션에서는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 소리가 반복해서 들리고, 아저씨는 욕하고.
덜컥 겁이 나잖아.
왠지 운전도 미숙한 것 같고, 제대로 가는지도 모르겠고.
주섬주섬 안전벨트부터 했지.
휴대폰을 손에 꼭 쥐고.
다행히 목적지에 무사히 당도했어라.
원래 누나 인사는 칼같이 하는 사람인데, 인사는커녕 뒤도 안 돌아보고 내렸지 뭐.
오늘은 오전에 임상 실습이 있는 날이잖아.
예약 시간이 훨씬 넘었는데 피술자가 안 와.
안 그래도 심기 불편한데, 노쇼가 웬 말이냐고.
10분이 가고, 20분이 되도록 연락이 없길래 안 오나 보다 했더니 또 그제야 손님이 들어오시고.
안부전화 온 졸업생 내 목소리에 힘이 없다며.
“선생님 나랑 통화하기 싫은가 보네.”
내년에 학교 들어올 예비 학생은,
“선생님 나 통학차 안 타면 통학비는 얼마 줘요?”
‘그게 왜 벌써부터 궁금하십니까?’
전화벨은 계속 울리고, 아침부터 꼬인 기분 풀릴 기미는 없고.
퇴근길 지끈거리는 골치로 소녀 좋아하는 닭발을 사서 들어왔더니,
이 녀석 먹는 둥 마는 둥, 남은 음식은 다시 내 차지.
조그라미가 그랬어.
우리 나이가 다 그렇다고.
이제 마음 챙겨야 한다고.
한방이든 양방이든 약 받아먹어 보라고.
처방받은 약 가지고만 있어도 마음이 훨씬 나아진다고.
왜 내 엄마가 번번이 어깨며 팔 아파 절절 메시면서도 괜히 일을 벌이고 김치를 담아대셨는지 아주 조금은 알 것 같다는.
‘가만히 있으면 속천불이 나서 그랬나 보구나.
나는 이 화를 어디 가서 풀어야 할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