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헬스를 다녀온 날은 괜히 몸이 날렵해지는 것 같고, 날씬해진 것 같고 느낌이 좋단 말이지.
다녀와서 이 식탐 귀신만 잘 물리치면 하루 미션 완성인데, 매번 그 깔딱 고개에서 실패를 하는구나.
모처럼 작심을 하고서 마지막 남은 생식을 클리어했어.
내 엄마가 식탁 위에 올려둔 샤인머스켓을 씹으며 오늘은 기필코….
그런데, 그런데.
소녀는 할미집에서 저녁을 드신다 했고, 헝아는 축구 약속이 있었어요.
딱 고 타이밍에 진눈깨비가 쏟아질게 뭐냐고.
하루 종일 눈과 비가 오락가락하긴 했다더라만, 날씨 관계로 헝아 축구가 취소된 거야.
이미 내 배는 얼추 찼으나 옆사람이 탕수육 냄새를 풍겨대니 이거 참을 수가 있나.
한 개 두 개 거들다 보니 그만….
운동했겠다, 배 부르겠다, 잠이 쏟아지지 않겠니.
살 빼겠다는 의지가 1도 없는 위인의 허무한 마감이 로고.
소녀는 이 추운 밤, 땀을 한 바가지 흘리며 도장에서 겨루기를 하고 왔나니.
아빠표 생활체육인의 건강한 피로다.
게으름뱅이 어미로서는 그저 고마울 밖에.
가물거리는 정신으로 소녀 등짝에 로션을 발라줬어.
“머리 말려라.
코청소하자.
손톱은 깎은 거냐.”
잠고대처럼 웅얼거리는데, 쿵짝이 잘 맞는 부녀 뭔가 문제가….
“아니, 딸이 아프다 하면 괜찮냐고 먼저 물어보는 게 정상 아니야?
왜 갑자기 마스크 타령이냐고.
코청소하다가 잘 못해서 지금 내 오른쪽 뇌가 아파 죽겠는데.
아빠는 항상 이런 식이야.
다 내가 잘못해서 그런 거래.”
“흐미, 오른쪽 뇌가 아프다고?
귀에 물 들어간 것 같아?
119 부를까?
아빠가 극 T라 그래.”
“아무리 T여도 그렇지. 딸이 아프다는데….”
“어여 자. 어머니 졸려서 돌아가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