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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 독립 만세

by 밀도

강산아, 오늘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우리 유주의 열세 번째 생일이야.

소녀 엄빠에게 원하는 건 카드 밖에 없더라.

아침에 늦잠을 주무시고 일어나 11시가 넘어 외출을 하셨어.

생파를 뷔페식당에서 하기로 했거든.

여덟 소녀가 모였다지.

아침밥도 굶고 갔으니 세 접시는 기본 깔고 아주 포식들을 하셨대요.

점심 먹고 노래방 갔다가 룸카페에서 놀 거라며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간 소녀.

해가 지도록 연락이 없는 거야.

집에서 대기하며 이제나 저제나 딸 호출을 기다리던 엄빠, 닭 쫓던 개 모양으로 맥없이 치킨을 한 마리 뜯었단다.

기어이는 오늘의 주인공께서 저녁까지 다 먹고 귀가를 하신 거지.

밤 9시가 넘어서야 겨우 세 식구 얼굴 마주하고 케이크에 촛불을 붙였어라.

샤워하고 나온 녀석 등짝에 로션을 발라주며 물었어.

“그렇게 좋았어?”

“어. 진짜 너무너무 웃기고 재미있었어.

러브젠가 내가 하자고 했거든.”

“모쏠이 웬 러브젠가?”

“완전 재미있음.

원래 더 늦게 오고 싶었는데, 아빠한테 죽을까 봐 지금 온 거임.”

“충분히, 실컷 노셨거든요.

우리 유주 이렇게 밝고 건강하게 잘 커줘서 고마워!”

“아, 넵.”

‘공부만 좀 더 하면, 책 째매만 읽으면 얼마나 좋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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