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 이식 시술을 하고 10일간 집안에 누워 하루 종일 쉬었다.
직장에 휴가를 낼 필요도 없고 가벼운 일상도 괜찮다고 했지만 그냥 마음이 쉬고 싶었다.
임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피검사날까지 임신테스트기는 해보지 않았다.
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혹시 모를 부정적 결과를 미리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미리 좌절하고 싶지 않았다.
피검사날 당일,
소변테스트기를 해보니 두 줄이 선명했다. 친구들에게 자랑하는데 테스트기가 얼룩져 결과가 사라졌다. 다시 한번 테스트를 했다. 선명한 두 줄을 보고 놀랐다.
그리고 새벽 5:50분 잠에서 깼다.
꿈이었다.
눈을 뜨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가 테스트를 해봤다. 조금은 어둑한 화장실에서 대조선만 선명할 뿐 결과선의 한 줄은 보이지 않았다.
'그럼 그렇지. 그래 괜찮아.'
조금은 마음을 내려놓았던 것 같다. 의외로 담담했다.
혹시 몰라 환한 방으로 나와 창문에 두고 지켜봤다. 한숨을 쉬며 테스트기를 멍하니 내려보고 있자니
조금씩 희미한 선이 생겨났다.
처음이었다.
결혼 2년, 연애 3년, 성인이 된 후 십몇 년간 처음으로 본 임신테스트기의 왼쪽 줄이었다.
자고 있는 남편을 흔들어 깨워 테스트기를 보여줬다.
"여보 이거 봐봐. 두줄 인가 봐. 두줄 맞아? 진짜 두줄이야!?"
유튜브에서 보던 남편을 놀래 주는 임밍아웃 이벤트고 뭐고 둘 다 두 눈을 꿈뻑꿈뻑 뽀득뽀득 닦으며 임신테스트기를 보고 또 보는 것으로 한참을 보냈다.
병원 진료 1순위로 도착해 피검사를 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피를 뽑고 대기실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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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참으로 운이 좋았다.
난임센터 의자에 앉아 나는 생각했다.
나무 의자 벽 하나를 두고 임산부와 임신을 하고 싶은 사람들로 나뉘어진 이 병원 의자에 앉아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난임센터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내 운에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나의 행운에 감사하기도 하고 대상 없는 누군가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오후 늦게 전화가 왔고 피검사는 통과됐다.
그렇게 나는 종결이 종결되었다.
나는 정말 참으로 운이 좋았다.
2021.8월의 어느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