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간 웃으며 돌아볼 난임 이야기입니다. 저와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분들이라면 경험을 나누고 함께 공감하고 싶습니다. 주변에 난임을 겪고 있는 이웃의 지인 분이라면 그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소중한 생명을 기다리는 모든 분들의 임신 성공을 기원합니다.
주르륵-
내 마음도 모른채 눈치없이 통증까지 데리고 온 피가 흐르고 다시 새로운 시작이 찾아왔다.
이번달엔 혹시라고 기대하며 예민하게 반응했던 나의 증상-배가 콕콕 쑤시고, 허리가 뻐근하고, 배가 저린-은
너무나도 명확히 생리통으로 판명되었다.
카페에 들어가 '임신극초기증상' '임신극극극초기증상' 등을 찾아봤던 검색기록이 조금 우스웠다.
'착상혈' '피비침' 등을 검색해볼까도 했지만 소형 생리대를 가득 채운 걸 보니
굳이 그럴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우선 심호흡-한숨에 가깝다-을 쉰다.
그리고 마음을 다잡는다.
가끔 눈물이 날 때도 있는데 누구에게 어떤 위로를 받아야 할지 애매하고 엉엉 울며 지금을 한탄하면 내가 정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처럼 되버릴까봐 대부분은 잘 참는다. 그래도 남편에게 조금 '에효 생리시작ㅜㅜ'이라고 칭얼거리면 괜찮다고 토닥토닥 위로해주고 그 작은 위로에 또 힘을 얻는다.
생리가 시작된 첫날은 준비할게 많다.
위에서처럼 제일 먼저 마음을 다잡아야 하고 병원을 예약해야 하고 필요한 물품(주로 식품)들을 구입하고 약 2주간의 스케쥴과 계획을 정한다. 수능시험이 갑자기 14일 앞으로 다가온 그런 마음가짐이다.
주변의 유경험자와 육아카페에 수없이 나열된 정보들이 있지만,
그 중 내가 선택한 것은 식품으로는 두유와 복분자즙(엽산은 너무 기본이라 두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착상기간이라 생각해 잠시 멈춰두었던 하루 만보걷기의 운동이 다시 리셋된다. 남편은 그렇게 좋아하는 술과 담배를 줄여본다. (당신의 정자는 이미 한달 전에 만들어졌지만요)
유난스럽게 보일 수 있으나 엑셀로 체크박스도 예쁘게 만들어서 냉장고에 붙여두었다. 하나씩 체크하다보면 그래도 시간이 조금은 빨리간다. 준비의 시간은 되도록이면 빨리 보내고싶은 내가 생각해낸 아이디어다.
병원에 다녀와 3일째부터 정해진 시간에 약을 먹기 시작한다.
알람을 맞춰두어 잊혀지지 않았고 다행히 먹기 힘들지 않다. 하나씩 먹으면서 이번엔 더 잘될거야. 라고 기대하고 기도해본다.
아침 공복에 복분자 한 컵을 마시고 출근길에 (왜인지 정말)맛도 없는 두유를 보약처럼 꾹꾹 눌러가며 마시면 이미 배는 빵빵하게 불러있다.
언제까지 이런 루틴을 반복하게 될까 싶지만 아이를 준비하는 과정은 너무도 건강한 과정이라 내 몸을 위해서도 좋은 것이니- 허투루 보내는 시간따윈 없다라고 위로해본다.
몸에 좋은 음식들과 건강한 라이프사이클을 매달 새로 맞춰가며 나는 오늘도 건강해지고 있다.
언젠가 찾아 올 아이가 보다 더 건강한 환경(나의 몸)에서 살 수 있도록 준비하는 시간이 조금 더 더해졌다.
가장 중요한 긍정적 마음갖기로,
빵빵한 내 배와 반대로 홀쭉해진 텅빈 마음을 채워 넣는다.
힘들고 슬퍼할 시간도 필요해요. 그치만 길지 않게. 그리고 그래 이번엔 내가 더 건강해진 몸으로 더 잘 준비해보겠어 하고 툭툭 털고 새롭게 시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