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오늘도 이어진다, 공포가.

by F와 T 공생하기

호주에 있던 작년, 정지영 감독의 후원 요청을 어디선가 보고는 특별히 고민하지 않았다. 다만 어느 정도를 후원할지는 아내와 협의해야 했다. 평소 스스로의 생각을 드러내는 걸 꺼리는 아내에게 자신의 이름을 엔딩 크레디트에 올려주겠노라며 다소 허황된 것일 수도 있어 보이는 기대를 설명하니 예상과 달리 흔쾌히 동의해 주었다. 아마 허영끼도 발동했으리라.


https://airbridge.tumblbug.com/91iwgwb


생전 처음 시사회에 초대받은 것이라 뭔가 생경한 느낌!


들뜬 마음으로 바삐 업무를 정정리하고 이른 퇴근길에 올랐다.



용산 CGV 7층, 기다란 줄 속에 다행히도 후원자가 많았겠구나를 느끼며 차분히 기다리는 줄 속에서 과연 어떻게 그 참혹한 광경, 고통을 그려내었을까 흥분된 마음으로 기다렸다.


시사회가 시작되니 연출, 감독, 배우들이 인사를 했고, 특히 주연역을 맡은 염혜란 배우는 너무 울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며 놀라운 엔딩을 기대해도 좋다 했다.



하지만 지금도 생각하면 눈물을 참을 수가 없고, 엔딩에는 끝없는 후원자의 이름들이 말 그대로 끝없이 나열되었다.


참혹한 학살의 현장이, 친구와 아비와 어미가 한날한시에 죽음으로 내몰린 국가폭력의 현장에서, 자신의 이름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던 그 현장에서 도망가고 싶었던 그 갸녀린 소녀의 고통이 너무도 아파 기억에서 강제로 추방해 버린 어린아이의 마음을 늙은 엄마이자 할머니가 되어서조차 머릿속에, 입 밖으로 낼 수 조차 없었던 것이다.


특기할만한 것은 이 공포의 현장이 지금에도, 우리 주변 일상에서, 교육의 현장에서도 대를 이어 일어나고 있었고,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일하다 보면 소위 기득권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이없는 것인지 알게 된다.

또한 기득권 앞에서 평범한, 공포에 질린 나약하디 나약한 인간 하나하나 스스로 또한 얼마나 잔인하고, 흉폭한 존재가 될 수 있는지다.


자본과 힘으로 눌리면 가치 있는 일을 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반대로 의미 없는 일에 얼마나 혼신을 다해야 하는지...


심지어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정년을 맞이할 수도 있고,

때로는 죽기 살기로 최선을 다해도 즐거운 희열보다는 변화를 거부하는 동료들에 의해 쫓겨날 수도 있다.




내 경험상 몰입할수록 불만이 없고, 일이 없고 가치가 없을수록 보이지 않는 위계와 시기질투가 넘쳐난다.





이데올로기와 폭력으로 정권을 잡기 위해 무자비한 폭력과 학살을 일삼은 국가권력,

뇌물과 편법으로라도 세상을 조종하고, 부당한 이득과 권력을 지속적으로 누리려는 기득권,

학생과 학부모의 안전과 이익을 미끼로 폭력과 뇌물을 수수방관, 권장한 학교와 교사, 교육권력, 기득권,

지속적인 변화와 체질개선을 통한 국가 번영을 꽤 해야 하는 행정관료, 연구원들이 나서서 변화를 거부하고, 부정과 해태, 태만, 기만을 일삼는 기득권이 되어버린 가방끈,


이 모두는 제주 4.3 양민학살을 언제든 괴뢰반동분자들에 의한 국가반역으로 몰 수 있다.





사실 이들은 나 자신이기도 하고, 내 친구, 이웃이기도 하다. 지금 이 순간도 언제든 고개를 쳐들 수 있는 바로 이기심이다.


그래서 대다수 국민들의 주말 웃음을 챙겼던 시트콤(?)에서 했었던 말을 매우 혐오한다.




'나만 아니면 돼.'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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