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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와 T 공생하기 Nov 30. 2024

냉장고 털기 #2

이글루

평소 같으면 자전거 타고 따가운 햇살 아래 주변 강가를 도는 시각이지만 어제부터 계속 장대비가 시원하게 쏟아지고 있어 집에서 조용히 아주 조용히 경마 생중계를 보고 있다.


모든 스포츠 중계는 정말 말(speaking, talking, announcing)이 빠르다. 게다가 종점을 향해 달리는 각 경주마들의 분투를 생중계를 통해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현장의 흥분이 소름 돋게 전해져 온다. 게다가 마치 중세 검투사들의 울긋불긋한 문장을 한 기수들을 보면 전장의 결기까지 전해져 온다라고 하면 과장일까?


비바람 소리를 들으며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난 뒤 오늘은 뭘 마셔볼까 골라 마시는 홍차(오늘은 Orange Pekoe) 한 잔과 경마는 내게 주는 아주 소박한 선물과도 같은 일상이다.


아침으로는 냉장고를 털었다.


재료

해동된 밥과 야채, 달걀 2개,

참치 조금과 된장, 한국에서 넘치게 가져온 미역,

콜라 1.5L 크기 정도 되는 치즈 블록,

여전히 이름을 외우지 못하는 다양한 향신료와 굴소스, 소금, 후추.


조리

(인덕션용 냄비가 하나밖에 없다. 하나씩)


참치된장 미역국

물 500ml를 끓인다.

미역 한 주먹을 냄비에 넣는다.

남아있는 참치 조금(100ml 통조림의 절반 조금 안될 듯)을 모두 넣는다.

(다소 비린내가 날 수 있어, 마늘 1알을 다져서 넣는다-냉장고 털기 #1 참고)


된장 조금을 넣는다.

(한 2분 정도면 끓는다.)

간을 보고, 필요시 된장을 조금 더 넣거나 물을 조금 추가한다.

한 2분 정도 더 끓여 미역, 참치, 된장이 골고루 익고, 맛을 내게 한다. 끝.


*국을 다른 냄비에 옮겨 둔다.

*냄비를 대충 헹군다.

*냄비에 계속 열을 가해 물과 참치된장 미역국 향이 사라지도록 한다.


볶음밥

올리브유 2~3스푼을 넣고, 냄비 바닥에 골고루 퍼지게 한다.

(진한 녹색에서 연한 녹색으로 바뀌며, 바닥에서 방울이 생기기 시작하면)

달걀 2개(미리 풀어두고, 소금과 후추를 넣는다)를 넣고, 재빨리 휘저어준다.

(금방 반숙상태가 된다)

해동된 밥을 넣고, 쌀 한 톨 한 톨이 달걀에 코팅되게 한다.

해동된 야채와 굴소스를 넣고 잘 섞어준다.

간을 보고, 필요시 소금을 추가해 잘 섞어준다.

그릇에 옮긴다. 끝.


이글루 만들기

볶음밥에 하얀 눈이 살포시 덮이듯 치즈를 간다. (이건 좀 지나칠 것 같다 생각이 들 정도 듬뿍해야)

전자레인지에 30초 정도 돌린다.

고수(Coriander-거의 범용의 향신료)와 마요라나(Marjoram-헝가리 스튜인 굴라쉬 만들 때 넣으면 향긋하고 달콤합니다.)를 뿌려준다. 끝.


이글루와 참치된장 미역국을 맛나게 먹는다.

(아내가 좋아했으니 이걸로 되었답니다.)


간단하죠?


처음으로 김치찌개, 된장찌개를 끓여 본 그때를 늘 기억합니다.

막연한 두려움, 일단 지르고, 맛보며, 재미있게 즐겼던 추억.

이후 내 맘대로 김밥을 둘둘 말아본 기억도요. 나중에는 밥도 조절하고, 간도 맞춰보고, 아무도 해 보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김밥도요.


이젠 똠양꿍도 해 보게 됩니다. 식욕이 떨어지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쉽고, 빠르게 얼큰한 똠양꿍을 기억하고, 만들게 됩니다.

이글루를 생각하고 넉넉히 뿌린다고 했는데 많이 모자랐어요. 덕분에 사이사이 보이는 야채 빛깔이 이뻐서 좋았어요.
마요라나를 쏟아버렸어요. 처음부터 구역을 나눠서 각각의 맛을 봤다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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