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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연 Oct 04. 2018

_첫 글

어색하게 시작하기

어렵게 시작하는 방법, 요컨데 독자를 고민하고 그에 맞는 문체를 흉내짓고 개요를 나열하여 한 권의 잘 엮인 책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시작하기를 수차례. 시작도 마무리도 제대로 못한 글이 몇 년 쌓이고 보니 뭐 그리 대단한 욕심을 챙기려고. 카테고리만 몇 번을 나눴는지 모르겠다.


오브젝트 모듈을 고민하면서 참 오랫동안 마음에 간직했던 주제들을 모두 나열해 봤다. 학창시절 작업과정에서 배출되는 끝없는 쓰레기와 오염물질을 마주하던 불편한 양심, 혁신을 만들어내겠다는 밑도끝도 없이 열띤 포부, 예술가의 삶은 왜 고단할 수 밖에 없는가에 대한 반항심, 그리고 무한한 상상력에 책임감을 더하는 방법으로서의 비즈니스. 주제를 미리부터 가지치고 시작하면 오히려 하고싶던 이야기를 다 하지 못할 것 같지 않냐며 무계획하게 그날 그날의 일기를 담아볼까.


오브젝트 모듈은 2016년 12월, 석사를 졸업하고 어쩌다 백수 3개월차가 지나가던 무렵, 내가 늘 그러하듯이 '뭐 별 거 안 되겠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나을 일' 삼아 창업지원을 위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면서 시작되었다. 오브젝트'라 함은 디자인 대상, 즉 고민의 대상을 특정 품목의 성격으로 제한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사물', '객체'를 일컬은 것이다. 모듈'의 개념은 내가 지향하는 제품 설계 철학의 표현도구로, 제품을 구성하는 컴포넌트 단위를 분절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또한, 모듈을 공유하고 복제하여 재사용하는 등의 사용 방식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두 개념, 오브젝트'와 모듈'을 합성해 명명하였다. 줄임말로 [오모, omo]의 어감이나 글씨도 좋아 최종적으로도 선택되었다.



무슨 이야기부터 시작할까. 원단에 대한 이야기, 형이상학적 망상, 지구의 존속에 이바지하고 싶은 포부... 또 커졌다. 디자인에 대한 고민, 새로운 생산 시스템에 대한 판타지, 희소 자원의 무한재생 루프 발견... 또 발산했다. 수익률 관리, 오픈소스 공유경제 디자인 네트워크 플랫폼 설계의 꿈, 중앙집권형 자본주의 재설계 철학... 또 현실감을 놓았다. 어디가리, 이 산만하기 짝이 없는 정신머리가. 이런 저런 눈치 보지 말고 하나씩 꺼내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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