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워너비 커플이세요

세상에 공짜란 없다

by 김옥진

이제 결혼식을 올리고 꽉 찬 5년을 보냈다. 싸우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고 또 그렇다고 매일 싸웠냐 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


우리는 대학원 동기였고 목 조르고 헤드락 걸며 티격태격하던 사이였다. 모두가 돈독했고 나이차도 많았기에 우리가 결혼을 하게 될 거라고 예상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우연한 기회에 가까워졌고, 시가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작한 결혼이었기에 “질 수 없지”의 마음으로 버텨내야 했다. 전우애. 우린 남녀 사이의 애정과 전우애가 공존하는 사이였다. 우리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고, 누구보다 보란 듯이 살아야 했다.


연애를 시작하고 결혼에 이르기까지 대략 1년 반 남짓의 시간을 보냈고, 만난 지 1년쯤 되었을 때 우리가 데이트를 한 날짜들을 꼽아보니 152일이었다: 365일 중 152일을 만나던 커플이었으니 얼마나 뜨거웠겠는가. 이전의 시행착오는 지금 이 사람이면 충분하다는 확신을 갖게 만들었다. 그렇게 7살 차이 나는 연상 연하 커플은 2017년 4월 결혼을 했다.


인스타그램을 시작했고, 우리의 일상들은 자연스럽게 전시되었다. 1년에 50번이 넘는 문화생활을 함께 했고, 결혼한 지 오래되지 않아 아이를 낳았다. 아이는 건강하고 사랑스러웠으며 모두에게 기쁨이 되었다. 자잘하디 자잘한 많은 순간들이 인스타그램에 박제되었고 누군가에게 나는 스윗한 남편과 사는 팔자 좋은 여자가 되어있었다.


소위 결혼 적령기에 있는 다른 여자 후배들의 눈에 우린 그런 부부였다. 하지만 완벽한 부부가 세상에 어디 있는가. 모두가 그렇듯 이리 쿵 저리 쿵하며 오늘까지 왔다. 남편의 화를 푸는 법을 몰라 선물공세도 해보았고, 퇴근길에 꽃도 사들고 간다. 각자의 재무 상태는 각자 해결하는 것이 우리의 원칙이나 공돈이 생기면 서로에게 용돈도 준다. 싸움은 최대한 피하고 어떤 포인트에서 입을 닫아야 더 큰 화를 피할 수 있는지 조금씩 학습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전시된 사랑스러운 아이와 살가운 남편 옆에는 세상 무신경하고 거끌거끌한 내가 있다. 그런 나를 견디느라 힘들 세상 섬세한 나의 남편의 노고를 어찌 모를 수 있을까. 느끼는 만큼 움직이고, 입을 열거나 닫을 적당한 타이밍도 빨리 찾아야 한다.


우리 부부가 건강하게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대화”다. 둘 다 말이 정말 많은 스타일이고 그런 대화의 코드가 잘 맞아서 연애를 할 수 있었다. 오늘은 장을 보며 어떤 쌀을 사는 게 좋은지, 새우를 살지 고기를 살지 대화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자잘하고 많은 대화를 한다. 뭐 저런 거까지 이야기한다고? 싶을 정도로 많이 한다.


서로가 누구와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지, 그 일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오늘은 어떤 소소한 웃긴 일이 있었는지, 또 어떤 이상한 일이 있었는지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 재테크에 꽂혀 있는 요즘은 신랑이 짜증내기 일보직전까지 오늘 들은 혹은 본 재테크 정보를 쏟아낸다. 신랑은 이보다 더 자잘한 일상의 대화를 원하지만 그런 내 입을 막지 않고 들어주고 응답해준다.


그럼에도 모두에게 결혼을 권하지는 않는다. 노력의 결과일지언정 이렇게까지 잘 맞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행운이 모두에게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오늘도 애쓰고 또 애쓰지만 애쓰는 만큼 그 결과가 돌아올 수 있는 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가. 그게 그리 쉬운 것이면 이 세상에 갈등이 있을 리가 없다.


상대도 애써주고 나 또한 노력하고 그 모든 것을 온전히 가져갈 수 있는 외부 환경도 갖추어져 있기에 누릴 수 있는 행운이다. 우리도 건강하고 양가도 건강하고 아이도 건강하고 모두가 무탈하며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려 애쓰는 그 마음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제는 안다.


그래서 워너비 커플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서로의 노고와 노력을 떠올린다. 그리고 말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어. 결혼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고 끊어지지 않기 위해 연애보다 훨씬 더 노력하고 애써야 해


오늘 남편은 아이를 데리고 인생 첫 공연을 함께했고 그 노고에 감사하는 나는 외근 길에 맛있는 커피와 김치 쫄면을 샀다. 우리는 남녀 간의 애정에 전우애가 더해져 으쌰 으쌰 왔고 또 앞으로도 그렇게 씩씩하게 버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