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고싶긴 합니다만
12월초에 복직하고 3개월째다. 좀 한가했어야 할 시기인데, 회사의 이런저런 일들과 맞물려 몹시 바쁘다. 일이 심하게 몰려있어 다들 걱정 할 정도.
낮에는 일하고 퇴근하면 아이 씻기고 재우고... 의 반복이다. 아이가 크고 걸을 수 있게 되면서 가까이 있는 어린이집도 차차 걸어서 가기 시작했고, 걷기를 원하는 아이의 의지를 우린 존중하기로 했다. 몹시 짧은 거리지만 아이에게는 한없이 멀겠지. 아이는 걸어서 어린이집에 출퇴근하기 시작했고 나는 출근을 시작했다.
아이의 성장은 눈부시게 아름다웠고, 나는 그런 아이의 성장을 아침 일찍 잠깐, 저녁에 잠깐, 그리고 주말에 지켜보는 것애 만족해야 한다. 나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간 여유가 많은 남편은 아이를 데려가고 데려오는 일을 맡고 있고, 황급히 출근하고 나면 아이가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어린이 집에 등원했는지 뒤늦게 듣곤 했다.
그리고 드디어. 주말이 돌아오면(정확하게는 금요일 저녁이 되면) 남편이 나에게 묻는다.
그래서. 우리는 내일 뭐해?
정말 어려운 질문이다. 나는 출근한지 3달이 좀 지났고, 육아를 할때와는 좀 다른 차원에 돌입한 상태다. 아이는 어린이집에 가기 시작했고 남편 역시 낮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장을 보거나 음식 준비를 하고 아이를 맞이한다. 그렇게 평일에 내내 집에만 있다보면 답답하다며 밖에 나가고싶었다.
정확하게는 온 가족이 함께 밖에 나가고 싶어했다. 아이가 생기기 전부터 부부간에 뭔가 함께하는 것에 많은 의미부여를 하던 사람이었기에 놀랍지는 않지만 변수는 나의 체력이었다. 복직과 함께 회사에도 이런 저런 편화들이 많이 생겼고, 나는 몹시 바빠지고 있다. 주중에 아이를 케어하고 집안을 케어하는 남편의 힘듬과 외로움을 몰라서가 아니라, 나는 나의 방식으로 휴식이 필요했다.
밤이 되면 아이는 내품에서만 잔다. 아이가 잠들면 나와서 신랑이 해준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들지만 새벽에 애가 울면서 깨면 바로 소환이다. 그렇게 소환을 당하면 잠든 후에 다시 나오는게 힘들다. 나도 새벽에 깨니까 나오기 전에 이미 아이옆에서 잠들어버린다. 그러다 7시30분이 되면 칼같이 기상하는 아가덕분에 덩달아 같이 깨고 이내 출근 준비를 하고 나가는 것이 나의 패턴이다.
음식을 준비하고 청소기를 돌리고, 빨래를 정리하는 등의 일들을 하는 사이사이 남편도 남편의 일을 한다. 일이 불규칙하다 뿐이지 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집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다. 1주일 내내 이유가 무엇이든 집에만 있는 남편과 달리 나는 내내 밖에 나가 있는다. 난 나와는 청소/정리 패턴이 다른 남편의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를 원망할 수 없다.
집이 엉망이라 하루는 집을 치우고 싶고, 또 그것이 아니어도 하루는 쉬고 싶다. 일요일에는 최소 2주에 한번씩 시가에 아이를 대리고 가거나 혹은 아이를 보러 우리집으로 시부모님이 오시니까 일요일에 쉬는 것은 쉽지 않다. 어른들이 아이를 봐주시는 동안 우리는 우리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지만 사실 난 그시간에 정말 리터럴리 누워서 쉬고 싶다. 집 밖에서 그렇게 누워 있을 수도 없고, 어른들이 집에서 계시는 동안 집에 누워있을 수도 없다.
어른들이 없는 또다른 주말은 아이와 함꼐 어디든 나가야 한다. 약간 지쳐있었다.
주말은 좀 쉬면 안되?
그 한마디 했다가 신랑의 상처받은 얼굴과 함께
당신 지금 다른집 남자들 처럼 말하는거 알아?
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안다. 다른 집 남자들이 이러는거. 주중에 바쁘게 일하고, 그렇다고 아이문제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 것도 아닌 보통의 남자들이 쉬고 싶은 그마음이 나에게도 똑같이 드는 것이다. 아이가 싫어서도 아니고, 나가는 것이 싫어서도 아니고, 다만 나는 몸이 너무 힘들어 눞고싶었을뿐인데 여자들의 가사노동을 폄하하는 남자와 동급이 되어버렸다. 안다. 남편은 일을 2중으로 하고 있고, 심지어 그 모든일이 집안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주말만큼은 나가고 싶어하는 것을. 하지만 정말 너무 힘든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요즘은 아무것도 안하고 집에 있고 싶다.
심지어 아이는 끊임없이 집안을 헤집어 놓고 있고, 스스로 정리할 수 있는 단계의 나이가 되려면 아직 몇년이 걸린다. 최소한 집을 치울 수 있는 시간이라도 좀 있었으면 좋겠다. 집이 너무 엉망이니 주말에 치워야 겠다고 말하면 이런 답이 돌아온다.
알았어. 치우면 되잖아.
그가 치우기를 바래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리터럴리 내가 치우고 싶어서였다. 정리를 하고 거실에 깔아둔 매트까지 다 들어내고 청소기를 돌리는 걸 선호하는 나와 달리 남편은 모든 것을 그냥 두고 청소기만 돌린다. 아이가 먹고 뱉어버린 음식물이 말라비틀어져 여기저기 흩뿌려져있는데 그걸 매일 치우는 것이 쉽지 않은 것도 안다. 그러니까. 나에게 치울 시간을 달라고 하는 것인데 그러면 화를 낸다. 마치 본인이 안치운 것을 탓하는 것 처럼. 바닥에 뭐가 많다고 하면 그것이 다 본인에 대한 원망으로 듣는다. 그 상황 자체가 너무 힘든데 그와중에 주말에 집에 있을 시간도 없다. 저녁이 되면 둘만의 시간을 갖기를 원하고, 청소를 한다고 나서면 내일 내가 할테니 그냥 두라고 하지만, 그의 청소방식과 나의 청소방식의 차이는 나의 마음을 편하게 하지 않는다. 문제는 체력의 한계로 저녁에 치우는 것도 쉽지는 않다는 것이다.
치우는 것도, 쉬는 것도 정말 내맘같지 않다.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