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기. 임신과 함께 딸려오는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이다. 임신 기간 내내 몸은 늘 부어있고, 출산(심지어 제왕절개)을 한 산모에게 코끼리다리는 당연한 수순 중 하나.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의 무게 대략 3kg, 태반과 양수 등등의 무게까지 다해도 출산으로 인해 발생하는 직접적인 체중 감소 효과는 고작 5kg 내외에 불과하다. 진짜 많이 봐도 6kg 정도. 많은 경우 아이를 가지면 10kg 이상 체중이 늘기 일쑤고, 나 또한 17kg 정도 체중이 늘어있는 상태였다. 그러면 많이 봐줘도 11kg 정도는 붓기 혹은 살이라는 이야기다. 병원에 입원하기 전 체중과 아이를 낳은 후의 체중의 변화는 딱 6kg 정도였다. 그리고 나머지는 그대로 내 몸에 덕지덕지 붙은 체 조리원으로 와야 했다.
산모를 위한 한약은 내가 선택한 조리원의 서비스 중 하나였다. 전화로 제법 긴 문진을 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진맥을 하고 짓는 것은 아닌... 아무튼 한의원 원장과의 통화를 통해 내가 알 수 있었던 정보는 3가지였다.
1. 나는 임신기간 중에 필요이상으로 체중이 많이 늘었다.
2. 아이를 낳고 난 후 약 1주일간의 체중감량 상태를 봤을 때, 전체적으로 순환이 꽤 잘되는 몸으로 추정한다. 이 정도면 상위 15% 수준 정도라고 한다. 조리원 있는 동안 체중은 아주 순조롭게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3. 병원에서 온도조절에 실패한 결과인 것으로 추정되는 엉덩이와 배 가슴 등에 생긴 소양증으로 인해 나는 다른 산모들과 달리 레깅스 같은 것으로 몸을 꽁꽁 사매는 건 적절하지 않다.
긴 통화의 끝에 이런저런 가이드들을 해주셨고, 출산 후 100일 정도가 되었을 때의 체중이 그 여자의 10년 후 체중이라고 보면 된다는 무서운 말을 해주셨다. 체중이 줄지 않거들랑 당신에게 오라시며 통화를 마쳤다.
조금은 무섭고 섬찟했다. 아...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이 별말 없으셔서 별 문제없나 보다 했는데, 내가 체중이 필요이상으로 많이 쪄있었구나... 둘째는 확실히 살도 더 빨리 찌던데 다 빠질 수 있을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이런 쓸데없는 고민을 하면서 아주 잠시잠깐 후회했다. 조리원에서 마사지를 받을 걸 그랬나...
그랬다. 나는 조리원의 꽃이라는 마사지를 등록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큰애 때 마사지를 한다고 해서 드라마틱하게 살이 빠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지도 못했거니와, 의사의 말을 두고 보면 마사지와 관계없이 순환이 잘 되면 붓기는 알아서 빠진다. 그리고 마사지는 살을 빼는 게 아니라 부기를 빼기 위해 선택하는 코스이다. 그런데 마사지를 받지 않아도 붓기가 알아서 잘 빠지는 몸이라면 마사지는 별 의미가 없는데, 혹여라도 체중이나 골격이 다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달까.
큰 아이를 낳고 100일 무렵이 되어 체중이 임신 전 상태로 돌아왔을 때 신이 나서 예전에 입던 청바지를 입고 큰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체중은 그대로이지만 몸의 골격과 부피는 전혀 돌아와 있지 않았다. 100일 사진에서의 내 몸의 태도 그러했다. 어딘가 굴곡 있고 두리둥실 했다. 제왕절개를 핑계로 운동도 쉬이 할 수 없었다. 체중이 원래대로 돌아온다 하더라도 체형과 살은 다른 문제였다.
조리원에서 마사지를 하지 않는 사람의 사례가 있는지 찾아보았다. 생각보다 많다. 마사지를 안 해도 부기는 빠진다.. 가 대부부의 의견이었다. 사실 조리원에서의 마사지를 고민한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었다. 조리원에서 1시간짜리 10번을 받는 게 200만 원 수준이라면 집으로 출장 오는 마사지는 2시간 10번에 심지어 가격이 더 싸다. 여러 고민을 하다 결국 출장마사지로 전환했다. 출산 직후에 바로 받으면 좋겠지만 가격차이가 너무 컸다.
나에게 산후마사지의 목적은 대략 부기를 뺀다기보다는 몸의 컨디션을 빠르게 회복하기 위한 것, 골반이나 흉곽이 한없이 늘어나 있을 테니 이쪽을 줄이는 것, 복직근을 붙이는 것 이렇게 3가지였다. 조리원에서 나온 후 집에서 주 2회 평균 마사지를 받았다.
그럼 내가 원하는 것을 달성했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 부기는 이미 대부분 빠져있었고, 이제 남은 건 진정한 살이었다. 복직근 이개를 위한 마사지도 매번 받았지만 출산하고 100일이 다된 지금도 아직 약간 배에 공간이 남아 있음이 느껴진다. 몸의 컨디션은 회복했는가? 그건 좀 도움이 된 것 같다. 임신기간에 경직된 몸의 근육들이 많이 풀렸다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애 키우다 보면 다시 없어지겠지만. 그리고 골반이나 흉곽은 줄어들었는가? 그건 호흡과 복대, 그리고 요가 등이 도움이 되지 마사지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분명 광고에서는 흉곽이나 산후 골격 조정에 도움이 된다고 되어있지만 현실은 달랐다. 음. 내가 받았던 마사지사만 그랬던 것인진 모르겠지만... 그럼 혹시라도 체중이 줄었는가? 아니. 전혀 줄지 않았다. 애초에 그걸 원한 것도 아니었거니와 어차피 모유수유를 계속하면 체중은 언젠가 줄어들 것이었으니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10개월 동안 무거워진 몸을 10번(조리원 서비스까지 총 12번) 마사지를 통해 개운하게 풀어주었을 뿐이다.
물론 후회하지 않는다. 워낙 마사지를 좋아하거니와, 마사지를 통해 몸이 잘 순환되는 것이 몸의 건강에 도움이 될 거라고 믿는다. 출산의 충격은 교통사고와 맞먹는다고 하지 않는가. 온몸이 온통 부서져 있을 테니 마사지는 나에게 유의미했을 것이다. 그 와중에 출장 오는 마사지사 분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계속 일정을 바꾸시는 통에 나 또한 일정 맞추는 게 보통 어려웠던 게 아니었다. 아이가 아프다거나, 병원에 간다던가 하는 등 보통 아이와 관련된 이유였고, 그런 이유를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었지만 집으로 누군가가 들락거리는데 그 일정이 계속 바뀌는 건 꽤 피곤한 일이기는 했다.
2주면 끝날 줄 알았던 마사지는 1달이 다 되어서야 겨우 회수를 다 채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