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뛸까봐 걱정은 왜 했나 몰라

육아는 언제나 예측불허. 하지만 할건 다 한다.

by 김옥진

나의 둘째는 뒤집기 지옥이 없었다. 왜냐면 아예 뒤집지 않고 250일을 버텼기 때문이다. 뒤집기도 안하는데 걷기라고 수월할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언제나 내 몫이고, 어른들의 기대에는 한참 못미치는 발달을 가진 친구가 나의 둘째이다. 뒤집기를 하고 배밀이를 하고 그리고는 조금씩 몸을 띄워 기어다니는 시기가 도래하자 다시 어른들의 걱정이 시작되었다.


병원 가야 하는거 아니니?
아니요. 쟤 저러다 냅다 뛸 애예요. 걱정 마세요.


하지만 어른들을 만날때마다 느껴지는 깊은 한숨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는 어려웠다. 그런 아이가 한발자국씩 걷기 시작하던게 돌이 두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한발짝 한발짝 떼는 발걸음에 모두가 환호했다. 2년간의 임시거처가 좁아 아이가 돌아다니지 못해 걸음이 더딘건 아닌가 하는 조바심도 있었지만 그런 나의 조바심을 찰나에 날려버리는 걸음마였다. 인간이 되어 직립 보행을 한다는 것이 이렇게 위대한 일이었던가. 한걸음 걷고 넘어지고 또 걷고 넘어지고를 수없이 반복해야하기에 우린 그저 옆에서 지켜봐줄 수 밖에 없다. 비록 기어는 다녔지만 계단을 올라가는 것은 거침이 없었고, 뒤로 잘 내려오는 방법을 가르쳐 주기 시작했다.


더러는 엉덩이로 밀고 다니기도 하고, 급하면 다시 엉금엉금 기기도 햇지만 아이는 12월이 가까워져서 본격적으로 걸어다니기 시작했다. 급기야 뛴다. 그것도 소파 위에서. 말로만 했던 이야기가 현실이 되었다. 이제는 기어가는 것 보다는 걸어가는 편이 훨씬 편한, 직립보행이 가능한 진짜 인간이 되었다. 이제는 누나와 함께하는 키즈카페에서도 돌아다니느라 바쁘다. 물론 우리는 쫒아다니느라 바쁘고. 소파에서 뛰어내리는 통에 점프는 안된다 말리느라고 난리도 아니다. 그렇게 애가 혹여 거꾸로 떨어질까 안절부절 하고 있으니 엄마가 뒤에서


아 거, 저렇게 잘 놀거 못뛸 걱정은 뭐하러 했나 몰라


웃음이 절로 났다. 모든 것이 너무나도 교과서적으로 차곡차곡 흘러갔던 큰 아이와 다르게 작은 아이는 아무것도 예상대로,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뒤집기를 하지 않았던 것에서 우린 이미 예감 했다. 걷기만 느린게 아니다. 치아도 제각각이다.


보통은 아랫니가 나고, 윗니가 나고 그 옆 송곳니가 나고 어금니가 나는 순서로 이가 난다. 가운데부터 바깥쪽으로 하나씩. 하지만 우리의 둘째는 그 또한 예상을 벗어났다. 아랫니가 나고 윗니가 나고, 그 다음은 어금니였다. 4개의 어금니가 다 나고도 송곳니는 하나도 나지 않아 뭐 하나 빠진 옥수수처럼 지냈는데, 이제사 송곳니가 하나씩 나기 시작한다. 또래 친구들은 이가 언제나는지 찾아보지도 않았다. 어차피 의미가 없다.


이가 그지경인데 키라고 다를까? 처음엔 그래도 백분위 25 정도를 유지했는데 어느순간 15 대로 줄어들더니 급기야 지금은 7%대다. 너의 누나는 단 한번도! 55% 이하로 내려와 본적이 없거늘! 어찌하야 너의 키는 그렇게 한결같이 작은것이냐! 근데 왜 체중은 65%인 것이냐. 그러니 지금의 너의 몸은 얼마나 똥똥한 것이란 말이냐! 그렇다. 토실토실 하다. 아니 했다. 토실토실하던 걷기 시작하니 조금씩 살이 빠진다. 그래도 체중은 언제나 백분위 60%다. 키가 6%인데 체중이 저러하니 두가지 지표를 합하면 이 아이는 지극히 정상이라고 나온다. 이건 분명 평균의 오류다. 성장호르몬 검사도 5% 미만이면 보험 적용 된다. 물론 고작 2살도 안된 아이에게 그런 검사를 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정도로 치명적으로 작단 이야기이다. 하지만 하루에 6끼는 먹는거 같은 아이를 보며 뭐 저 많은거 다 먹어 어디 가겠나, 다 키로 가겠지 하고 있다.


물론 뒤집기 이후에 다시 스물스물 밀려오는 작은 키에 대한 불안감은 어쩔 수 없기에, 키가 작지 않은 직장 남자 동료들에게 물어봤다. 남자들은 대체 언제 커? 우리애 키가 너무 작아. 뭘 어떻게 해야해?


그런데 대답이 한결같다.


많이 먹어요?
많이 먹지
그럼 되요. 그럼 언제 커도 커요.

남자 아이들의 성장 속도는 여자아이들과 달라서, 중학교에도 크고 고등학교에도 크고 군대가서도 큰단다. 그런데 깨작거리고 안먹는애가 그렇게 크는 법은 없단다. 일단 많이 먹고 안가리고 먹고, 고기도 많이 먹고 우유도 많이 먹어두면 그게 언젠가 다 키로 가는데, 어려서 아무리 컸어도 안먹는 사람이면 키가 쑥 크는 타이밍을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그랬다. 나의 아이는 키는 작았지만, 비록 백분위 6% 수준이지만 아침에 눈뜨면 우유먹고, 오전 간식먹고 점심 먹고 오후간식 먹고 저녁에 이유식 먹고 집에 와서 또 밥먹고 자기전에 우유먹는 그런 아이다. 눈뜨면 먹고 돌아서면 먹는다. 그러니 그 템포로 먹으면 지금은 작아도 언젠가 클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또 난 다시 아이의 키에 대해 흐린 눈을 하고 있다.


큰 아이가 어린이집 여자아이들에 비해서 너무 작다 싶어서 고민했는데 또 학교에서 애들이 많은 가운데 보니 대충 평균 정도는 되보였던 순간을 떠올리며. 내 기대가 높은게 문제야 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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