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S. 엘리엇인가 하는 왜 그 영국 시인이 약 100년 전에 썼다는 '황무지' 아시죠.
434줄로 이루어졌다고 하는 그 시의 첫 구절이 이렇게 시작되잖아요.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글쎄 오늘 강아지랑 산책하러 공원에 갔다가 이 시인의 말이 딱 맞을 것 같은 광경을 보았어요.
며칠 전부터 눈부시게 하얗던 목련꽃이 불에 탄 듯 흑갈색으로 변했지뭐예요.
어쩌면 그렇게 잔인할 수 있을까요.
고이 지켜가던 순결을 그리도 깡그리 짓밟아버리다니.......
오늘 피어난 목련꽃 서너 송이도 슬픜과 슬픔과 두려움에 숨죽이고 있더라고요.
간간이 잿빛 구름이 꽃송이들 위에 쓸쓸한 그림자를 남기며 지나갔지요.
먼지 품은 바람은 풀꽃이며 새잎들을 흔들어대며 불량배처럼 히히덕거리며 공원을 휘젓고 다녔죠.
평소 같으면 사람들이 북적대던 공원은 허허로웠어요.
발걸음에 힘이 없는 노인들 서너 명이 조용히 호숫가를 돌고 돌 뿐이었죠.
나도 괜스레 마음이 심란하여 얼마 있다 자리를 뜨고 말았지요.
오늘 보니 봄다운 봄이 오려면 아직은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더라고요.
까짓것 좀 더 기다려 보죠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