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요.
우린들 왜 키가 크고 싶지 않았겠어요.
작은 키보다 큰 키가 장점이 많다는 것을 왜 모르겠어요.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면 땅바닥 열기 때문에 온몸이 익는 고통을 감수해야 하죠.
눈이 오면 눈의 한기와 무게가 땅 밑까지 전해져 우리의 영혼까지 짓누른답니다.
바람이 불면 흙먼지를 다 뒤집어써야 하고요.
비가 내리면 물에 잠겨 온 몸이 퉁퉁 불어터져요.
사람들은 길 옆에 피어난 우리 몸을 짓밟고 지나갑니다.
강아지도 오줌을 싸고 기분 좋은듯 엉덩이를 씰룩쌜룩거리며 떠나갑니다.
그 냄새를 맡은 다른 강아지도 오줌을 싸고 지나갑니다.
다들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세상에 이토록 가련한 신세가 어디 있을까요?
기막힌 운명에 한숨 쉬던 날
우리 앞에 어린 아이가 쪼그려 앉아 소리칩니다.
"엄마, 이것 좀 봐. 꽃이 찢어졌어. 참 불쌍해."
작고 통통한 손으로 우리의 몸을 어루만졌습니다.
우리를 가여워해 주는 사람이 있다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허리가 굽은 할머니 두 분이 지나갑니다.
"친구야, 이 꽃 좀 봐. 그래도 살아보려고 애를 쓰네."
"......."
"지금은 자네가 힘들겠지만 힘을 내 봐. 살다 보면 그런대로 또 살아지더라고."
"......."
그래요.
우리의 키가 작은 게 오히려 다행인지 몰라요.
어린 아이나 허리가 굽은 노인들은 낮은 곳을 보는 일이 더 쉽잖아요.
슬픈 일이 있어 고개 숙이고 지나는 사람도 우리를 쉽게 볼 수 있고요.
키 작은 강아지들도 우리에게 거름을 준다고 생각하면 기분 나쁘지 않아요.
높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제야 알겠어요.
크다고 다 좋은 것도 아니라는 것을 이제야 확실히 알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