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스크린 골프장 옆 손바닥 만한 누런 잔디밭 위에
새로운 판잣집이 하나 생겼습니다.
빈 계란박스
인조잔디 매트
거창한 사과 박스
두꺼운 대형 김장 비닐
거창한 부각 포장 박스
DOWNBLOW 포장박스
회색빛 쿠팡 비닐 포장 봉투
무주 친환경 목재 펠릿 빈 포대
한쪽 모서리가 부서진 작은 벽돌
무늬가 아름답게 직조된 낡은 발 매트
한쪽 다리가 고장 난 싸구려 갈색 원목 좌식 테이블
맥심 모카골드 마일드 커피믹스 400T 노란색 포장 박스
제법 많은 양의 신선 식품이 담겼을 것 같은 직사각형 스티로폼 박스
고기를 얼마나 구워 먹었는지 가운데가 새까맣게 타버린 대리석 돌구이판으로
바닥과 벽과 지붕을 얹었습니다.
누군가의 정성, 다 짓고 난 후의 따스한 눈길로 집을 완성했습니다.
간간이 내리는 눈발 사이로 어둠이 내리고
집 안에서 가늘고 약한 소리가 들립니다.
안정된 건강한 소리입니다.
"야옹 야옹 야옹 야옹 야옹 야옹 야옹......."
"엄마 집이 너무 그지 같아요."
"아가야, 그런 소리 마라. 이 집을 지어준 사람의 따뜻한 마음을 생각해 보렴.
밖에는 이 추운 밤을 혼자 견디어내야 하는 친구들도 많은데 너는 엄마가 곁에 있으니 좋지 않으냐."
"네, 엄마 말을 들으니 내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고양이 같아요. 나는 엄마만 있으면 돼요."
"우리가 가진 것에 늘 감사하게 생각하며 살아야 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