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은 노동을 한 후 핸드크림을 바르고
네일 숍 관리를 받아 늘 아름답게 빛났습니다.
습한 어둠 속에서 노동을 하는 발은 손을 부러워하고 질투했습니다.
언제부턴가 손가락 관절이 틀어지고 퉁퉁 붓고 두꺼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손은 핸드크림대신 관절 약을 먹고 바르고 파스를 붙였습니다.
발은 손이 가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발이 데려가지 않으면 손 혼자서는 한 치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습니다.
걷는 일만 주로 했던 발과는 달리 손은 온갖 일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트로트 공연장에 간 어느 날 감동을 받은 손이 박수를 크게 치며 좋아했습니다.
발도 감동을 받아 이리저리 방방 뛰었습니다.
손이 좋아하면 발도 기분이 무조건 좋아졌습니다.
사람들이 족수라 하지 않고 수족이라 해도 전혀 기분 나쁘지 않습니다.
기도할 때면 손은 손바닥을 모읍니다.
발바닥을 모을 수는 없는 발은 손의 기도를 조용히 듣습니다.
철 따라 얇고 두꺼운 양말을 신을 수 있는 것은
손의 가늘고 섬세한 손길의 덕분이라는 것을 발은 잘 알고 있습니다.
오늘도 발은 두껍고 푹신한 양말을 신고 비둘기 날아가는 솔 숲 길로 산책을 다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