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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화루 목련

by ocasam Jan 13. 2025

중국 식당 춘화루 뒷마당에 

목련 한 그루가 서있다. 


바람도 없는데 

나무 아래쪽 꽃잎들이 흔들린다.   


스텝에 맞춰 추는 

신나는 트위스트  

 

주방 벽에 뚫린 환풍기가

기름때 묻어 찐득하고   

김이 서려 화끈한 바람을 토해낸다. 


춘화루 바람은 

날마다 조금씩 목련의 순결을 빼앗고 있다.  

 

라디오에서 매일 목련 주제곡들이 흘러나온다. 

목소리에 봄기운이 잔뜩 실린 DJ가 멘트를 날린다.     


오늘 들으실 노래는 '목련화'입니다.

오오 내사랑 목련화, 그대는 내사랑이라고   

순결하고 강인하며 인생의 귀감이라고 노래한다.   


다음 들으실 노래는 '4월의 노래'입니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고 

목련이 생명의 등불이라고 노래한다. 


이번에 들으실 노래는 희은의 '하얀 목련'입니다.  

하얀 목련이 필 때면 다시 생각 나는 사람 

봄비가 내리면 슬픈 그대 뒷모습이 생각난다고 노래한다.  


춘화루 목련은 양희은의 하얀 목련과  닮았다.  

하얀 목련이 위로의 말을 건넨다. 

"키를 좀 더 키우세요. 어서어서 자라서 환풍기보다 높아지세요. 

빛나는 꿈의 계절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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