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것, 너무나 그리운 것

by 빈빈

무엇인가 그리운 시간, 겨울의 절기에 나는

2년 전 가평에서의 추억이 계속 떠올랐다


이 추억이 떠올랐던 건 한 달 전 컨셉진이라는 잡지에 독자 참여 코너로 '낭만'이라는 주제에 대하여 글을 쓰는 공모를 통해서였다.


나의 그리움이 어떻게 발현되느냐 묻는다면 그 요소는 항상 단일하지 않다.


겨울바다를 보러 갈까 하는 고민과 함께 티비 프로그램 속 속초의 산을 보며 그 산의 신령들이 꾸리는 안개가 그윽한 강원도의 묘한 향수를 느껴보고 싶었고 네이버 지도를 통해 검색한 강원도를 둘러보며 어쩌다 낙산사를 발견하게 되었다. 문득 작년에 보았던 홍상수 감독의 영화 강원도의 힘에서 나온 낙산사와 그 전설적 내용을 통해 또 한 번 강원도의 느껴지지 않는 토템들을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속초와 양양을 가고 싶다.'


이런 뜬금없지만 일련의 연역적 이미지들을 통해 오늘 하루의 일부를 보냈고 그것은 이 추억이 떠올랐던 또 다른 이유였다. 그리고 내가 만났던 사람의 다음 행선지는 속초였기에.


연역적인 생각은 귀납과는 다르게 참과 거짓을 따질 필요가 없다. 절대적인 생각. 이 절대적인 그리움의 발현.



2013년 3월 겨울의 냉소적인 입김이 아직 가시지 않을 무렵 나는 전역 후, 복학 전 여행으로 가평을 가게 되었다.. 밤늦게 도착한 게스트하우스는 어두웠지만 지하의 맥주 양조장 같은 어두운 분위기와 소품은 나의 피곤함을 절제시켰고 곧바로 내가 만날 또 다른 인연에 대한 흥분을 고취시켰다. 그날 나는 나의 룸메이트인 8살 연상의 형을 만나게 되었다. 형은 직장에서 일 때문에 전화가 올까 두려워했지만 곧바로 나에게 맥주를 마실 것을 권했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다음 날 나는 일찍 일어나 일상으로 돌아갈 청평역을 향해 나섰고 형은 자가용을 끌고 속초를 간다고 했다. 아마 겨울 바다를 보고 싶어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침대에서 맥북을 두드리던 형을, 그와 나눴던 다색의 맥주들을, 그 어두운 지하에 올망졸망 빛을 내던 우리들을 간직하고 있다. 기억과 추억의 교차점에서 내가 그를 추억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것은 결정적으로 ‘헤어짐’이 있었다. 나는 작년 초에 핸드폰을 바꾸며 게스트 하우스 사장님께 문의를 드렸지만 당시에 종이 장부에 기록한 예약 손님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또 다른 내가 속삭였다. 형과 제가 다시 낭만의 소국에서 만날 수 있을까요?


낭만의 소국. PGN



공모했던 글을 다시 읽어보며 생각했다.


그리고 글은 잡지에 실리지 못 했다. 나의 낭만은 누군가에겐 닿지 않는 바람의스침 끓지 않는 90도의 물처럼 마치 그 가평에서 그 사람과의 만남처럼. 그럴지 모르겠다.


겨울은 항상 나에게 무심하게 이런 정서를 고취시켜주는구나. 그리운 것, 너무나 그리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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