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유독 정신없이 흘러갔습니다. 워크숍 준비에 챌린지 운영까지, 챙겨야 할 일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거든요. 하지만 월요일 저녁, 라이브 방송을 켜고 펜을 잡는 이 순간만큼은 마음이 참 편안해집니다. 복잡한 생각들은 잠시 내려놓고 온전히 종이 위에 집중할 수 있는, 저에게는 해방감을 주는 시간입니다.
오늘 그린 그림은 작년 8월의 기억을 담고 있습니다.
당시 강서한 작가님과 이정희 작가님이 전주를 찾아오셨습니다. 귀한 손님들이 오셨으니 경기전을 안내해 드리고 싶었는데, 하필 비가 내렸습니다. 다음 일정 때문에 시간은 빠듯하고 빗줄기는 점점 굵어지니, 여유롭게 산책하기보다는 거의 경보 하듯 빠르게 걸음을 옮겨야 했어요.
그 급한 와중에도 나무 사이로 보이는 전동성당이 참 예뻐 보였습니다. 멈춰 서서 구도를 잡을 틈도 없었습니다. 걷는 속도를 늦추지 않은 채 셔터를 툭 눌러 그 순간을 담았습니다.
나중에 사진첩을 열어보니, 무심히 찍은 그 사진이 꽤 근사했습니다. 무성한 나무들이 성당을 살짝 가려준 덕분에 오히려 더 깊이감이 느껴졌고, 그 앞을 다정하게 걸어가는 연인의 뒷모습이 풍경을 완성해 주고 있었습니다. 스치듯 지나가는 찰나의 순간에도 이렇게 좋은 풍경은 늘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날 우리는 결국 쏟아지는 비를 피해 성당이 보이는 카페로 들어갔습니다. 창밖의 성당을 그리는 두 작가님의 모습을 보며, 저는 그 풍경을 다시 제 그림에 담았습니다.
제가 가진 것이 없어 손님들에게 거창한 대접은 해드리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함께 빗속을 걷고, 같은 공간에서 서로의 시간을 그림으로 남겨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고 즐거운 추억이 되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비 오는 날의 산책에서도, 멈추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오늘 밤은 그날의 경기전을 기억하며 이 그림을 완성해 봅니다.
* 드로잉 영상 보기
https://www.youtube.com/live/pJ3MnJoknk8?si=1aHZWAglpKp3op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