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의 용기

해수가 만난 사람 1

by 파도


공익과 정의, 책과 사람,

그리고 지역을 잇는 공간을

상상해 본 적이 있을까.


김소리 변호사(법전원 12)는

그 상상을 낙성대에서 현실로 만들었다.


자영업자의 고단함을 감내하면서도

공익을 향해 나아가고,

법률과 문화예술을 엮어

시민의 언어로 세상을 이야기한다.


그의 선택은 나 또한 자주 빠져드는

무기력과 회의 앞에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어떤 삶을 꾸릴 수 있을까.’


그 물음이 모여,

관악구 낙성대 대로변에

작은 책방 하나가 문을 열었다.

이름은 ‘밝은책방’.


나와 책방의 인연은 손님으로 시작됐다.

우연히 북토크소식을 듣고 찾아간 첫날,

노동·여성·인권·동물권·장애인권 등

‘권리별 큐레이션’으로 정리된

책장을 보고 멈춰 섰다.


책의 분류만으로도

주인의 세계관이 단번에 읽혔다.

소수자의 권리에 늘 관심이 많던 나에게

머릿속에서 ‘팝’하고 불꽃이 튀는 순간이었다.


그 후로 북토크와 작가와의 만남에 몇 번 더 들렀다.

구청이 운영하는 ‘동네서점 바로대출제’를 통해

이곳에서 책을 주문하고 반납하기도 했다.

SNS를 통해 책방 소식과

김 변호사의 활동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나는 ‘조용한 팬’이 되어 있었다.


약 20평 남짓한 공간에는

주인의 철학과 감각이 구석구석 스며 있다.

처음 문을 열었을 때 이름을 ‘변호사의 서가’로

할지 고민했다지만,

결국 ‘밝은책방’으로 바꿨다고 한다.

김소리라는 사람이 가진 기운이

말 그대로 ‘밝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책방을 “나의 블로그이자 놀이터”라고 표현한다. 블로그처럼 생각과 관심사를 책과 기획, 사람을 통해 기록하고, 놀이터처럼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시험한다.

책방은 생계를 넘어,

그의 자아와 회복을 담는 그릇이 된다.


이곳에서는 매달 북토크, 판결문 읽기 세미나, 공익 강연이 열린다.

모여든 사람들은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새로운 질문을 안고 돌아간다.

수익이 잘 나지 않는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지만,

그는 가치관이 수익보다 앞서야 한다고 말한다.

“수익을 좇지 않겠다는 건 아니에요. 다만 수익과 가치관이 충돌할 때는 가치관을 택하려고 해요.”


그의 말처럼 책방은 단순한 상업 공간이 아니라 공익 변호사, 기획자, 지역 주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공론장이자 실험 무대다.


책방 한쪽에는 ‘법률사무소 물결’이 함께 운영되고 있어, 책을 사러 왔다가 법률 상담을 요청하는 손님도 드물지 않다. 법과 삶이 분리되지 않는다는 그의 철학이 이런 방식으로 드러난다.


김 변호사의 활동은 책방 너머로도 이어진다.

그는 민변 노동위원회와 환경보건위원회 동물권소위원회에서 활동하며, 동물단체 ‘카라’ 노동조합 법률지원에도 참여했다.

“제대로 된 노동권 보장 없이는 제대로 된 동물운동도 없다”는 문제의식으로, 노조 활동가의 소송 대리부터 공익제보 대리신고까지 다방면에서 힘을 보탠다.


밝은책방은 이제 지역에서도 단단히 자리 잡았다.

‘동네서점 바로대출제’를 통해 책을 빌리려는 손님들이 꾸준히 찾고, 북토크나 세미나도 이어진다.

SNS를 통해 독자와 대화하는 모습에서도 성실한 기획자의 면모가 보인다.


책방의 또 다른 주인공이었던 초코색 푸들 ‘로마’는 이제 사진 속에서만 만날 수 있다. 지난 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문을 열면 꼬리를 흔들며 맞이하던 로마의 부재는 손님들에게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하지만 그 슬픔은 김소리에게 다시 동물권과 노동권을 깊이 들여다보게 하는 힘이 되었다.


그의 에너지는 슈팅스타 아이스크림처럼 알록달록하고 팝팝 튄다.

주위 사람들을 환하게 만드는 힘,

예리한 감수성과 실행력으로 사회적 의제와 일상의 접점을 끊임없이 탐색하는 힘.

무지개처럼 다채로운 색으로 커뮤니티의 연결망을 그려 나간다.


“요즘 시민들은 예리하고 감수성도 넓어요. 공감에 머무르지 않고 바꾸자고 말하는 흐름이 있어요. 저는 그 안에서 발화하고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의 말은 다짐이 아니라 이미 현실로 이뤄지는 실천이다.

아버지로부터 “사람은 혼자 성공한 게 아니다. 받은 만큼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말을 들으며 자란 그는, 나만 잘 사는 삶이 아닌 함께 잘 사는 삶을 믿는다. 그래서 밝은책방의 기획은 단발 이벤트가 아니라 관계의 인프라를 쌓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로스쿨 후배들과 지역문제 해결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어린이를 위한 동화책 구독 서비스, 독립출판물 유통, 무료 강연·워크숍 등 수많은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고 있다.


밝은책방은 단순한 서점이 아니다. 자아와 사회, 법과 삶, 개인과 공동체가 교차하는 플랫폼. 그 한가운데서 김소리 변호사는 오늘도 새로운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모두가 똑같이 살 필요는 없잖아요. 다르게 살아도 괜찮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