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남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

by 어른돌


남에게 피해 주는 것을 싫어한다.

큰 몸뚱이 혹여나 다른 사람 불편할까 봐

버스는 맨 앞자리, 지하철에선 웬만하면 서서 간다.


더운 여름엔 내 땀 냄새가 신경 쓰일까 봐

사람을 마주할 땐 최대한 멀리 떨어져서 이야기하고.

퇴근할 땐 향수를 한 번씩 뿌려준다.


공공장소에선 휴대폰 카메라가 다른 사람의 얼굴로 향하지 않게

휴대폰 위치를 끊임없이 조절하고,

극장에서, 그리고 비행기에서

옆자리 사람과 앞뒤 사람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

등받이는 젖히지 않고 거의 몸을 웅크리고 있다시피 한다.

그래서 친구가 옆에 앉으면 그나마 편하다.


쿠바 말레콘에서 블루투스 스피커를 틀어놓고 음악을 함께 듣던 재준이 이런 말을 했다.

"여기 사람도 없는데 볼륨을 왜 자꾸 줄이냐"

어느 한 사람이라도 이 노래를 소음으로 생각한다면 끄는 게 맞는 거지.


그런 의미에서,

난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과는 일할 수 있지만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과는 함께 일할 수 없다.


같이 일하는 누군가가 나로 인해 피해를 받고 있다면,

그 의도가 열심히 해보자고 했던 행동이든 아니든 이유를 막론하고

나 자신이 스스로 퇴출 대상이 된 거나 진배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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