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회사 안의 양다리

은밀하게 그러나 대놓고 양다리를 쭉쭉 찢는 요즘의 일상

by 어른돌



5년 차 직장인. 현재 나의 위치는 오묘하다. 출근하면 내 몸은, 아니 내 소속은 두 곳으로 나뉜다. 내가 이렇게 투덜거리면 친구들은 으레 "아니 뭐 회사 다니다 보면 이 일 저 일 동시에 할 수 있지"라며 날 면박한다. 동의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관성이 있다면 있고 없다면 없는 두 가지 부서의 일을 동시에 처리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엄밀히 말하면 회사도 다르다. 내 몸과 뇌의 절반은 언론사의 에디터로,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식품 회사의 마케터로 구성돼 있다.


어쩌면 언론사의 에디터와 식품회사의 마케터가 모이면 충분히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아니 그게 회사의 생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융합적 인재가 21세기에 각광받는다고 하지만 이건 완전 양다리다. 분명히 회사에서 나의 인사발령을 이런 식으로 낸 것이기에 나 역시도 "여기서 절반, 저기서 절반, 어차피 월급 두 배 주는 것은 아니니까"라고 말하며 당당하게 다니려고 했지만 한국 사회는 그런 '칼 같음'을 허용하지 않는다. 게다가 사내에서 상사를 두 명 모신다는 것은 여간 눈치 보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한쪽 팀과 화기애애하게 오전 티타임 미팅이 길어지는 순간, 무언가가 절박한 내가 역시 소속된 다른 팀 카톡방에서는 또 다른 요청이 들어온다.



"대리님 프로모션 배너 준비됐나요?"

"자리에 없는 것 같은데 많이 바쁜가요?"



이건 뭐 이혼한 부모 밑에서 눈치 보는 격이다. 아버지랑 있으면 어머니 눈치가 보이고, 어머니랑 있으면 아버지가 재촉한다. (*공교롭게도 양쪽 팀의 상사 두 명은 75년생 남자, 76년생 여자로 얼추 나이대가 맞아 조금만 빙의하면 내가 자녀가 될 것만 같다.) 내가 뭐 대단한 능력자도 아닌데 사람을 찢어서 활용할 생각을 하다니. 인간은 이기주의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결국 못하면 내가 욕을 먹게 되는 것도 당연하다. 본사와 자회사의 일을 동시에 하기 때문에 메일함도 두 개를 열어야 한다. 한쪽으로 메일을 합쳐달라고 하고 싶지만 나의 편의만 볼 수도 없는 실정. 회사의 이 알 수 없는 시스템 때문에 오늘도 불만만 가득가득 쌓여간다.


무엇보다도 양쪽 일 모두 다 감시자들이 많은 것이 가장 큰 맹점이다. 식품회사 마케팅 업무에서 주로 맡는 SNS 관리는 회사의 회장을 비롯해 수많은 팔로워들이 보고 있기에 업로드를 잘하면 기본, 안 하거나 못하면 바로 눈에 띈다. 언론사의 에디터는 발행 숫자와 클릭수로 평가받는다. 내가 공을 들여서 쓴 글이 2~3천 건 읽히고 사라질 때랑 50만 건 이상의 클릭과 수많은 공유로 유저들에게 쭉쭉 뻗어 나갈 때의 평가는 확실히 다르다. 월급을 두 배 받진 않지만 둘 다 뒤처지는 사람으로 낙인찍히고 싶지는 않기에 오늘도 나는 양다리를 쭉쭉 찢는다.



가끔 회사에서 해야하는 빡치는 일들. 이런 것들을 혼자 다 날라야 한다거나 등.



PS) 첫 화여서 상황 설명이 조금 길었지만 다음부터는 조금 더 짧은 호흡의, 그리고 다소 빡친 상황들을 많이 가져와 매거진에 연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