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꽃종이
그 집을 다녀온 날이면, 어린 계집애 둘의 머리카락, 옷가지, 헝겊 인형 따위에 늘 향냄새가 배어왔다. G는 낙인 같은 향냄새에 몸서리가 쳐졌다. 돌아오는 즉시 계집애 둘을 씻겨 내놓을라 치면, 고것들은 속도 모르고 까르륵거리며 방과 방으로 뛰어다녔다. G의 한숨은 빨랫감 위로 소리 없이 쌓이고, 조롱하듯 계집애들을 따라온 꽃종이 작은 가루 조각들도 그 한숨 위에 내려앉았다.
하필 꽃종이. 기품 있는 한지도, 전통적인 닥종이도 아닌. 종이보다 비닐에 가까우리만큼 경박한, 얇고 투명한 습자지는 그의 서재에 켜켜이 쌓여있었다. 그가 없는 낮이면, G는 서재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바닥을 훔쳐댔다. 방바닥에 향냄새가 배어나기라도 할 까 봐 마음 졸이고, 행여 꽃종이 가루가 서재 밖으로 딸려올까 몇 번씩 돌아보곤 했다.
때때로 그는 회식이나 야근하고 오는 날 마저, 집에 들어오기 무섭게 스며들 듯 서재로 향했다. 그리곤 들들들들들, 탁, 탁, 하는 규칙적 기계 소음. 벌써 몇 년 째인지, 결혼 10년 차도 넘은 G에게 그 소리는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의 손에서 가공되는 꽃종이들은 얇고 천박한 경박함을 벗고 미세한 골이 촘촘하게 나있는, 어른 손바닥만 한 크기의 단단한 반원 모양 조형물로 바뀌었다. 그런 밤을 지낸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그는 꽃종이를 들고 그 어미를 찾아간다.
G는 하루 두 번, 아침저녁으로 집안을 물걸레로 훔쳐 야만 잠이 들 수 있었다. 철 안 난 계집애들이 놀았던 흔적 때문은 아니다. 타고난 유난스러움도 한몫했다. 그러나 닦아도 닦아도 날리는 꽃종이 파편들은 집안 곳곳 보이지 않게 박혀있을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