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그 집
계집에 둘이 서재 문턱에 서서 아빠의 작업을 구경하고 있을 때 면, G는 자신도 모르게 신경증이 났다.
– 문턱 밟고 서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 왜 말을 안 들어?
뒷말은 그에게 하는 말이다. 그놈의 꽃종이, 제발 집에는 가져오지 말라고, 울기도 하고 화도 내보았다. 고집스레 몸을 돌리는 그가 벽처럼 느껴졌다. 한밤중에 다시 들들들들들, 탁, 탁 하는 소리가 들리고 잠이 깨면, G는 하릴없이 동네를 서성이기도 하고, 때로는 명치를 부여잡고 부엌 바닥을 구르기도 했다.
그 집. 떨어지지 않는 발길이었지만 그 집 출입을 안 할 수는 없었다. 출가외인의 도리라, 배우자의 부모라, 남의눈이 무서워서 라는 이유만은 아니었다. G도 그의 어미가 측은했다. 골초였던 남편을 간암으로 잃고, 뻔한 살림에 변변한 찬도 없이 혼자 상을 보고 물리는 게 몇 년. 멀리 산다는 빌미로 십 년 가까이 어미의 집에 발걸음 하지 않는 큰 아들 내외도, 산천 어디를 떠돌아다니다 연락이 끊겨버려 어미의 한이 되었다는 작은 아들도 G는 쓸쓸한 동정심이 들었다. 그의 어미의 하나 있는 딸은 저 사는 게 힘들다 했고, 그녀마저 발길이 뜸해져 그 집에는 G를 기다리는 것들이 늘어났다. 그래서 G에게 그의 어미는, 측은함이었고, 촌스러운 진분홍 꽃종이 색 물이든 손가락이었고, 양은그릇에 눌을 대로 눌어 말라비틀어진 밥알이었고, 반찬 그릇마다 붙어있는 거뭇해진 고춧가루였다. 또한 피어나는 원망이었다.
그 집에서 그의 어미는 그를 기다렸다. 아내에, 두 딸에, 제 벌이 하며 제법 번듯하게 살고있는 막내아들. 그가 가져오는 반원 형태의 딱딱한 꽃종이를 기다렸다. 고정된 종이 뭉치에서 한 장, 한 장, 조심스레 꽃종이를 떼어냈다. 손 끝에 밀가루 풀을 묻혀 동그랗게 말려있는 종이의 끝을 잡아 꼬듯이 말아주고, 반대쪽도 말아준다. 그것은 한 장의 꽃잎이다. 촌스러운 연분홍, 속이 비칠 듯 비치지 않는 연꽃잎이다. 찍어내듯 반복적으로 꽃잎들을 만들고, 그 꽃잎들을 쌓아올리듯 밀가루 풀로 붙여 올리면, 풀이 마른다. 그러면 어느 새 속빈 박같은 연꽃이 나올테다. 그 연꽃은 그의 어미의 생계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