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자꾸만 글이 쓰고 싶을까.
잊을만하면 한번씩 내게 몇 번이고 질문해 보는 것 중에 하나다. 나는 대체 왜 글을 쓰고 싶어하는 것일까. 무엇이 자꾸 내게 글을 쓰고 싶어하도록 만드는 것일까. 중학생 때부터 작가가 뭔지도 모르면서 장래희망에 작가를 썼다. 책 읽고 독후감을 써야하는 학교 과제가 너무 싫어서 팬픽을 읽고 대충 휘갈겨 쓰는 주제에도 글을 쓰고 싶어했고 내가 읽고 싶은 것만 읽고 싶어했다. 글을 쓰는 데에 있어 소름 끼치는 재능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중3 때 논술 대회 같은 걸 나가게 됐는데 아무 생각없이 쓴 글이 좋은 평가를 받아 나가게 된 것이었다. 막상 대회에 나가게 되자 힘이 잔뜩 들어간 데다 아는 것도 딱히 없다보니 뭘 썼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도 글을 썼고 장래희망에 작가를 적었다. 고등학생 때는 더더욱 뼈저리게 국어적 능력과 글쓰기 능력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재능 있는 친구들이 주변에 많았다. 어쩜 그렇게 글을 잘 쓰는지. 흉내도 낼 수 없었다. 크게 좌절하지는 않았지만 조용히 좌절했다. 그래도 꾸준히 뭔가를 썼다. 고등학생 때는 일기를 가장 많이 썼다. 흑역사이기도 하지만 가장 감정이 많이 담긴 글이고 양도 많다. 대학에 가서도 글을 썼다. 그때부터는 컴퓨터로 뭔가 많이 썼다. 나름 번역이라고 한무더기 해보기도 하고 창작글도 써보고 내 감정이 담긴 글도 써보고 팬픽도 써보고 다양하게 무엇이든 썼다. 이런 식으로 한참 글을 썼다. 때로는 픽션을, 때로는 논픽션을 내가 쓰고 싶은대로 마음대로 그냥 썼다. 30대에 접어들어서는 글을 훨씬 적게 쓰기 시작했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대신 책은 예전보다 좀 더 읽게 됐다고 생각한다. 자기계발서든 소설이든 팬픽이든 어쨌든 책 읽기를 싫어한다고 해도 무방했던 과거에 비하면 많이 읽게 되었다. 글을 쓰는 것은 점점 줄어들었다.
나는 그 기점을 트위터를 시작한 때로 두고 있다. 블로그를 할 때만해도 헛소리일지언정 감상문도 와다다 적어내리고 뻘글도 잘 쓰고 그랬는데 트위터로 넘어오자 더 이상 긴 글을 쓸 수 없게 되었고 감상문도 점차 짧아지더니 종래엔 하트를 누르는 것으로 대체하기 일쑤다. 좋은 기회로 팬픽을 써서 책으로 만들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과 글을 나눈 때도 있었다. 그 시기가 지나자 나의 글쓰기 밭은 허허벌판이 되었다. 손으로 기록하고 싶다면서 뭔가 깨작대고 있긴 하지만 절대적인 양이 부족해도 한참 부족하다. 한동안 비엘 소설에 빠져 허우적댈 때는 글을 쓰고자 하는 욕망이 완전히 사라지기도 했었다. 세상에 이렇게 재밌는 글을 쓰는 사람이 많은데 내가 글을 왜 써야 하지? 소비만 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른데 내가 뭘 쓰고 있을 시간이 어딨담? 글잘러들에 대한 시기와 질투가 일어야 마땅한데 그런 마음 조차 들지 않았다. 그냥 너무 재밌어서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었다. 더이상 글을 쓰고자 하는 욕구가 들지 않으니 늘 답답했던 한구석이 사라져 홀가분 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시기가 영원히 이어지지는 않았다. 불씨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어디서 바람이 불어들어왔는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꺼진 줄 알았던 자리에 다시 불이 일기 시작했다. 뭐든 쓰고싶다는 욕망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2차 글쓰기에 대한 욕망에도 약간 아주 약간 더운 기가 올라왔다. 너무 오랜만이라서 썰 조차 제대로 풀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즐거웠다. 여기엔 당연히 슬램덩크 바람이 작용을 한 것이다. 연성 욕구만 생긴거면 뭐 그럴 수도 있겠다 하겠지만 좀더 근본적인 글쓰기에 대한 욕구가 다시 생겨났기 때문에 또 다시 마음 한구석의 답답함도 느껴지기 시작했다.
대체 무엇이 자꾸만 나를 부추기는가. 무엇이 자꾸 나로하여금 글을 쓰고 싶게 하는가. 나는 대체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자꾸만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일까. 그리고 왜 아무것도 쓰지 않고 쓰지 못하는 것일까. 글쓰기 수업까지 돈 내가며 들었거늘. 아마추어 글러들의 잘 정리된 글을 보면서 나는 아무것도 쓰지 못했다. 남들의 글을 다 읽어보지도 못했다. 읽어보지 않았다. 나는 항상 좀 이상한 데서 시기와 질투를 느끼는 듯하다. 정확한 기준을 모르겠다. 세계적인 프로 중의 프로 작가를 향해 미친 시기와 질투를 느끼는 때가 있는가 하면 누군지 모를 아마추어 작가에게 그런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엄청나게 글을 잘 쓴다고 무조건 그런 감정이 드는 것은 아니다. 그냥 부럽고 대단하다고 생각되는 경우도 많다. 무엇이 나의 시기, 질투의 트리거인지 잘 모르겠다. 데이터가 쌓이면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굳이 알아야되나 싶어서 추적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작가를 향해 이런 감정을 느낀다는 것은 늘 염두에 두고 있다. 욕망은 재능과 함께 온다고 하던데 나에게도 해당되는 것일까. 신기하게도 그리고 감사하게도 예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내게 글을 쓸 것을 권하는 주변 사람들이 존재한다. 정작 나는 그 어떤 확신은 커녕 의심 밖에는 없는데 그런 말을 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믿을 수가 없다. 청개구리 심보로 그래서 내가 글을 안쓰나 싶기도 하다. 영원히 그들이 내게 글을 쓰라고 말해주길 바라는 것일까. 정말 글을 써서 보여줘도 그들이 내게 계속 그런 이야기를 해줄지 두려운 것일까. 그래서 늘 글을 쓰고 싶어하면서도 사실상 아무것도 쓰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쓰는 것이 두려운 것인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보여주지 않고는 그 다음 문제란 생각이 지금 갑자기 들었다. 무겁고 슬픈 감정들. 그것들을 일부러 억누르거나 무시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분명 그 감정을 마주할 용기가 없고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때도 있었다.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선뜻 나서긴 힘들지만 못할 것도 없다 싶은 수준까지는 왔다. 하지만 그것들을 정말 마주하고 있는 그대로 풀어낸 적은 아직 한번도 없다. 참 어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