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과자가 맛있지 않다.
어제는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의 새로운 콘텐츠가 시작되는 날이라 조금 들떠있었다. 주전부리를 가져다 놓고 설레는 마음으로 시청하고 싶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딱히 떠오르는 과자가 없었다. 그렇다고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생방 시작 30분 전. 트위터에서 검색을 했다. 요즘은 어떤 과자가 인기가 있는지, 사람들이 어떤 과자를 맛있다고 하는지 살폈고 몇 가지 정보를 얻은 뒤 부랴부랴 편의점에 다녀왔다.
내가 산 과자는 총 네 가지였는데 정말 단 하나도 맛있지 않았다. 유명하다고 사람들이 제발 먹어보라며 올렸던 과자들도 전부 다 맛있지 않았다.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과자가 맛이 없을 수 있지? 과자가 정말 맛이 없으면 모르겠는데 그것보다는 내가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굳이 사먹지 않아도 되는 걸 억지로 사 온 뒤에 먹어서 그런 것이었을까.
생각해보면 과자를 막 미친듯이 엄청나게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렇다고 과자를 안 먹는 사람도 아니다. 하나에 꽂히면 그걸 왕창 먹고 쉬는 타입이랄까. 가장 최근에는 그 대상이 빨간색 도리토스였다. 이런 성향의 장점(?)은 과자를 고를 때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20대의 언젠가는 초코송이가 그 대상이었고 외국에 잠시 머물렀을 때는 솔트앤비니거 감자칩이었다. 돌이켜보면 역시 과자를 안 먹는 사람은 아니다. 물론 과자를 달고 사는 사람도 아니다. 어쨌든, 이렇게까지 강렬하게 '맛이 없어!' 라고 느낀 건 정말 처음이었다. 하루가 지난 오늘 다시 먹어봐도 마찬가지다. 맛이... 없다.
과자가 더이상 맛있지 않다고 해서 해가 될 건 단 하나도 없다. 그러니 굳이 따지자면 기뻐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어째 기쁜 감정보다는 당황스런 감정이 훨씬 크다. 과자가 맛없는 순간이 내게도 찾아오다니. 그리고 또 가만히 생각을 해본다. 사실 과자만 그런 건 아니라는 깨달음이 서서히 의식 속으로 스며든다. 모든 것을 (돈만 있으면) 손쉽게 먹을 수 있게 된 이후로 딱히 뭘 먹어도 감탄할 정도로 맛있는 경우가 없다. 입맛이 까다로워졌다거나, 높아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쉽고 다양하게 많은 것을 먹을 수 있게 되면서 음식에 대한 순수한 감탄과 감동은 점점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니 과자가 맛없다고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예전처럼 음식을 소화시키지 못하게 된 소화기관도 상관이 있으려나. 나도 이 나이는 처음이다보니 모든 것이 새롭고 당황스럽고 어색하다. 적응할만하면 또 나이를 먹고 또 새롭고 당황스럽고 어색한 것을 마주하니, 남은 인생을 계속 이렇게 보내게 되는 것일까 궁금해진다. 그래도 뭐, 조금 관점을 바꿔 생각해보자면 최애를 볼 때마다 느끼는 '늘 새로워, 짜릿해!' 같은 감정까지는 못되더라도, 항상 똑같지 않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부분인지도 모르겠다.
더이상 과자가 맛있지 않은 사람이 되었다. 그게 뭔 대수라는 건 아니고, 그냥 그렇게 되었다는 일종의 나에 관한 보고이고 기록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나에 대한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