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에 비해 아주 귀여워진 책의 볼륨...!
이번 달엔 왜이렇게 읽은 것이 없는가에 대한 변명 아닌 변명을 하자면, 나를 미치도록 걱정하게 하고 스트레스에 몸부림치게 했던 여행때문이었다고 하겠다. 예상했던대로 여행 자체는 아무런 문제 없이 무탈하게 잘 다녀왔다. 그것이 내 걱정과 스트레스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다시는 그런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싶지는 않으니까. 아무튼 여행 자체는 열흘의 일정이었지만 앞뒤로 소모한 시간이 많았다. 호기롭게 여행지에 종이책 한권과 전자책을 들고 갔지만 단 한글자도 읽을 수 없었다. 그 결과 위의 세권이다.
오래되지 않은 나의 독서 인생에 나름의 변화가 있었다.
1) 희한하게도 약간 강박 증상이 있는 사람으로서 처음에는 현재 읽고 있는 책을 다 읽기 전에는 다른 책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누가 그러라고 한 것도 아니고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정해진 규칙이었다. 재밌는 책은 그래도 상관없었지만 그렇지 않은 책은 정말 고역이었고 아마 그렇게 책을 잘 안읽게 되지 않았나 싶다.
2) '병렬독서'라는 말이 유행(?)하기 전에 '읽기 시작한 건 무조건 끝내기' 강박에서 벗어나 내 나름대로 비슷한 것을 시도해보려 한 적이 있었다. 강박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던 방법으로, 일종의 드라마식 읽기였다. 월화 드라마, 수목 드라마, 금토 드라마, 주말 드라마처럼 그 요일에 정해진 책을 읽는 것이었다. 꽤 괜찮아 보였는데 실행해 본적은 없다. 이러면 어떨까 생각만 하며 꾸역꾸역 읽었다.
3) 그리고 맞이하게 된 '병렬독서'. 병렬독서가 가능하게 된 것은 종이책을 사기 시작한 것과도 연관이 있다. 전자책으로도 못할 건 아닌데 이상하게 전자책은 잘 안된다. 뭐랄까... 블루투스 이어폰이 편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줄 이어폰을 꺼내게 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전자책은 단말기가 없어도 폰이나 패드로 볼 수 있으니까 휴대성은 최강이고, 터치 몇 번에 얼마든지 이책 저책 옮겨다닐 수 있고, 꾹 눌러 그으면 형광펜도 얼마든지 그을 수 있고, 북마크도 쉽게 할 수 있고, 좋았던 부분은 바로 공유까지 할 수 있다. 장점 덩어리다. 그런데 어느 시점이 되자 종이책만큼 손이 가지 않게 되었다.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이 더이상 그다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참 희한한 일이다. 이야기가 좀 샜지만, 아무튼, 그렇게 종이책을 다시 사 읽기 시작하면서 병렬독서를 시작하게 되었고 아주 자유로운 독서를 하고 있는 요즘이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길래 갑자기 이런 말을 꺼냈는가 하면, 사진 속 세권의 책을 아주 자유롭게 읽고 있다는 말을 하고싶어서다. 이전에 올린 책도 이것저것 손 가는대로 읽기는 했지만 여전히 약간의 강박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이 세권은 정말 내 맘대로다. 하루에 세권을 다 조금씩 읽기도 하고 한권만 잠깐 읽기도 하고 완독에 대한 집착도 내려놓았다. 이것이야말로 옳은 독서다! 라고 말하려는 것은 물론 아니다. 각자 자기에게 맞는 방식이 있는 것이고 거기에 옳고 그름이란 없는 거니까. 다만 내게 병렬독서라는 것이 아주 쾌적하게 다가왔다는 것일 뿐.
독서 뿐만아니라 생활 전반에 있어서 가지고 있는 기묘한 강박을 부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빈틈 투성이고 하는 것 없고 무계획 그자체인 삶에 어떻게 강박이 자리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독서 방식에서 해방감을 느꼈듯이 생활에서도, 사고 과정에서도 이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상상해 본다.
정작 읽고 있는 책 얘기는 하나도 하지 않아서 몇 글자 적고 끝내보려 한다.
<매일 쓸 것, 뭐라도 쓸 것>
이 책에 부제처럼 적힌 문구는 '마치 세상이 나를 좋아하기라도 하는 것처럼.'인데 이 말에 꽂혀서 산 책이다. 너무나 매력적인 문장 아닌가! 작가의 정보도 책의 장르도 보지 않고 그냥 샀다. 제목에 쓰라는 말이 두 번이나 들어갔으니 글쓰기에 관한 책이겠거니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이 작가의 일기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사실 내 기대와 다른 장르인 것 같아서 김이 샜다. 하지만 어쨌든 작가가 쓴 일기니까 그 자체로 글쓰기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읽기 시작했다. 다른 작가들의 일기를 읽은 것을 종종 발췌해 둔 것이 보통의 일기와는 다른 부분이었다. 중간 쯤 읽었을 때, 내가 굳이 남의 일기를 읽어야 하나? 내가 남의 일기 읽는 걸 좋아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가만보니 이건 '일기'라는 말 때문에 생긴 것이었다. 그저 이 또한 글일 뿐인데 그것이 일기든, 소설이든 뭣이 중헌디... 게다가 엄밀히 말해 이것은 출판된 일기이기 때문에 내가 쓰는 (그리고 아마 작가님이 정말 개인적으로 쓰실 지 모를) 일기와는 결이 다르다.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에 대해 극히 일부지만 조금씩 알아가는 재미가 있는 그런 책이다.
<불안한 완벽주의자를 위한 책>
이 책도 제목만 보고 산 게 분명한 책이다. 아마 어디선가 누군가 추천한 것을 보았거나 발췌된 일부를 보고 산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장바구니에 담겨 있길래 더 생각하지 않고 그냥 다른 책들과 같이 샀다. '불안'과 '완벽주의자'라는 키워드는 언제나 시선을 붙든다. 나는 내가 완벽주의자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었는데 은근히 완벽주의자 성향에 맞아 떨어지는 게 많다는 걸 알게됐다. 책을 읽어보니 완벽주의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그 중에 문제가 되는 완벽주의인 '부적응적 완벽주의'가 내게 해당되었다. 이에 대한 설명은 거의 자기소개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나였다. 그랬구나, 그런 거였구나. 나의 상태가 어떠한 단어로 정의가 내려지니 속시원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여기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들이 주욱 이어지는 글들을 보면서는 영 초점 흐린 눈이 되고 말았다. 알아요 안다고요 머리로는 저도 안다고요 근데 그게 안되니까 이 책의 제목만 보고 덥석 집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하고 삐딱하게 투덜거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의 서문에 '흥분시키는 대목은 메모하고, 딱히 관련이 없는 것 같은 대목은 대충 넘어가라'고 써 있었나 보다. 내가 투덜거릴 것을 미리 알고 있었기라도 한 듯이. 정말로 밑줄을 잔뜩 그은 챕터가 있는가 하면 흰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자요 하고 넘어간 챕터도 있다. 언젠가 다시 또 펼쳐보면 다른 것이 눈에 들어올지도 모르겠다.
<CLEAR THINKING>
나의 영어 원서는 소설이든 실용서든 99% 유튜버 돌돌콩님의 영향으로 산 것들이다. 이 책 역시 그렇다. 여느때처럼 돌돌콩님 영상을 보다가 이 책을 쓴 작가와의 인터뷰를 보고 강하게 공감가는 부분이 있어서 기억을 해두었다가 책을 샀다. 그리고 이 책 또한 제목이 나를 끌어당겼다. 명확하고 선명한 사고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늘 어느 정도 안개가 끼어있는 머릿속이 선명해지는 광경은 상상만으로도 황홀하다. 쉽게 다다를 수는 없는 경지이지만, 책에서 이야기하는 '일'에 관해 명확하게 내려야 하는 결정 사항이 내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삶의 태도를 정비하기에도 좋은 내용이라서 영어 공부도 할 겸 읽고 있다. 다 읽은 뒤에 번역본도 사서 봐 볼까 싶다. 소설은 내가 느낀대로 받아들여도 되니까 상관없는데 아무래도 실용서는 내용상 정확하게 읽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사족) 다 써놓고 읽는데 '영어 공부도 할겸' 이라는 말이 확 거슬린다. 그냥 읽으면 읽는 거지 뭔놈의 공부!! 이런 강박에서 좀 벗어나고 싶다 정말... 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