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에 읽은/읽고 있는 책들
<글쓰기의 최전선>, <다가오는 말들>,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전혀 의도한 적은 없으나 에세이를 굉장히 많이 읽었다.
글쓰기와 관련된 책이 세권이나 있지만 실용서나 작법서는 아니기에 에세이로 분류했다.
처음엔 <글쓰기의 최전선> 한권만 샀는데 너무 좋아서 작가님의 다른 책들도 연이어 구매해 읽었다.
본인 이야기는 물론, 글을 쓰는 모임을 꾸준히 가지며 함께 했던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가만가만 들려주신다.
'글쓰기=소설쓰기'로 주로 여겼는데 소설이 아닌 글쓰기에 대한 흥미가 돋는 이야기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좋았고,
무엇보다 왜 글을 써야 하는지에 대해 계속해서 말씀해 주시는 게 좋았다.
또한 그동안 내가 괴롭다는 이유로 고개를 돌렸던 사회 이슈, 그리고 그 이슈의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조금씩이라도 마주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계기를 만들어 준 책들이기도 하다. 모르고 싶지만 모르면 안되는 것들... 참 어렵다.
<괜찮은 오늘을 기록하고 싶어서>
기록과 관련된 책도 한권 샀다. 이건 정말 우연히 발견해서 충동구매한 책이다.
남이 쓰는 저널/다이어리 보는 걸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기록 노하우를 훔쳐보는(?) 재미가 있었다.
일기를 쓸 때도 약간의 강박이 있는 편인데 그런 내 습관에 작은 숨구멍을 만들어 준 책이었다.
그래서 하루는 작가님의 기록 방식을 흉내내어 써봤는데 꾸준히 쓰던 형식에서 벗어난 것이 신경쓰여 후회됐다.
작가님처럼 다양한 형태로 자유롭게 기록을 위한 기록을 할 수 있으려면 아직 멀었구나 싶다.
<호미>
박완서 작가님의 에세이도 한권 읽었다. 서체가 익숙하여 엄마방 책장을 살펴보니 정말로 있었다.
딱히 기억하려고 했던 것도 아닌데 어떻게 기억속에 이 서체가 남아있었던 건지 신기했다.
아무튼. 집에 토지 세트를 갖고 있으면서도 작기님 책은 이것이 처음이었다.
일흔이 넘으신 나이에 쓰신 이야기들이었는데 나도 이렇게 나이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여기서 '이렇게'란 자주적으로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글로 풀어내는 것.
나에 대해, 타인에 대해, 세상에 대해 쓰는 삶을 오래 이어갈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아무튼, 집>
좋아하는 작가님(귀찮님)을 통해 알게된 작가님(미리님)의 에세이.
나는 두 작가님이 주고 받으시는 편지를 구독하고 있는데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때마침 에세이를 발간하신 걸 알게되어서 구입하게 되었고 앉은 자리에서 완독했다.
집에 대해 이렇게까지 깊고,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나는 집에 대한 특별한 추억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가만히 과거를 더듬어 보면 나만 아는 얘기들이 있다.
그 집에 얽힌 것이든, 그 집에 혹은 그 주변에 살았던 사람에 대한 것이든 분명히 존재한다.
집을 여러번 옮긴 적이 없다고 할지라도, 특별한 에피소드가 없다고 할지라도,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분명 있다.
이미 많이 희미해진 기억들인데 더 희미해져서 보이지 않는 지경이 되기 전에 나도 한번 써볼까 싶다.
(나에겐 '아무튼, 방'도 괜찮은 소재일 듯)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
하루키 에세이가 여러개 있는데 그 중에서 이걸 구입한 건 순전히 구독중인 유튜버의 언급 때문이었다.
잡지에서 연재했던 짧은 에세이를 엮은 책이고 그래서 가볍게 몇 개 씩 읽기 좋다.
하지만 지난달에 읽었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나 원서로 읽는 중인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느낌과는 많이 달라서 큰 감흥은 없다. 그저 이런 소재로, 이런 분량으로, 이런 느낌으로 글을 쓸 수 있구나 싶었다.
근데 그것도 하루키쯤 되는 '네임드'니까 가능한 거겠지 하는, 조금 냉소적으로 생각하는 순간들도 있다.
한번쯤 이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지 싶긴한데... 처음부터 지금까지 유난스럽게 시기심을 유발한다. 참나...
<가라오케 가자!>.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 上>
오랜만에 만화책도 읽었다. 작년에 슬램덩크 만화책을 읽은 뒤로 아마 처음이지 싶다.
작가님의 다른 작품 이야기 하는 것을 몇 번 본 적이 있어서 익숙하긴 했으나, 읽은 건 이 두권이 처음이다.
만화는 정말이지, 지면에 그려진 모든 요소를 하나씩 모두 뜯어서 보다 보면 저절로 경이가 샘솟는 장르다.
왜 이런 눈을 하고 있는지,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왜 저런 행동을 하고 있는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등등.
한번만 읽어서는 절대로 알 수 없는 행간? 면간?의 숨어있는 의미들이 정말 재미있다. (과몰입때문일 수도 있긴 함)
어떤 결말이 날지 두렵지만 다음 권이 어서 읽고 싶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김상욱 교수님의 책도 드디어 샀다. 장바구니에 정말 오랫동안 담아뒀던 책인데 드디어 샀다.
생각보다 책이 크고 두꺼워서 뜨악했는데 펼쳐보고는 더 뜨악했고 나중엔 웃음만 나왔다.
물리학자는 또 다른 인류라고 생각하는 한 사람으로서, 쉽게 말해 물리학을 이해해 본 적 없는 사람으로서,
이 책을 사서 읽기 시작한 것 자체가 굉장한 도전이라 할 수 있다. 삼체가 많이 등을 떠밀어줬다.
흔히 말하는 이과 감성, 문과 감성이라는 게 있는데 이 둘이 적절하고 절묘하게 결합하는 순간들이 좋다.
그래서 잘 몰라도 관심이 있고 이해하는 범위 내에서 재미도 느끼지만 역시 내겐 너무 어려운 세계다.
그럼에도 언젠가는 완독을 할 것이다. 그게 언제가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삼체 3부 사신의 영생>
지난 달에 이어 이번달에도 꾸준히 읽고 있다. 뒤로 갈수록 읽는 속도가 느려져서 완독까지 오래 걸리고 있는데 지루하거나 재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끝나가는 게 아쉬워서 천천히 읽는 중이다. 또 한가지 이유는, 이 책을 펼치고 이야기에 빠져드는, 완전히 다르고 한번도 경험해본 적 없고 앞으로도 경험할 수 없을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 기분이 좋기 때문이다.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갖고 싶어서 하루에 조금씩만 그 시간을 허용하고 있다.
아무튼, 2부까지만 읽어도 납득이 갈만한 엔딩이어서 도대체 3부에선, 심지어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이 책에서 무슨 얘기를 더 하려고 하나 싶었다. 그런데 지금 1/5 정도를 남겨둔 시점에서도 여전히 놀라움의 연속이다. 도대체 이 작가님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이야기를 쓸 수 있었던 걸까. SF를 많이 접해본 것은 아니라 대부분의 작가들이 이 정도는 쓴다고 하면 할말이 없지만, 그렇다고 해도 어쨌든 정말 대단한 건 대단하다. 이론적으로 아는 것이 전무한 분야이다보니 어디까지가 지금 현재에도 가능한 기술이고 어디부터가 이론상으로만 존재하는 또는 상상으로만 존재하는 것인지 몰라서 더 놀랍고 대단하다고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우리가 전혀 알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 우리가 모르는 게 뭔지도 모른다는 것은 은은한 공포와 함께 설렘을 준다. 그래서 SF 소재가 재밌는 걸까?
마무리
참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은 달이었다. 에세이 장르를 이렇게 많이 읽은 것도 처음이다. 집에 있는 다른 에세이들도 꺼내서 읽어봐야지 싶다. 5월에는 새로운 소설들을 시작할 생각이다. 장바구니에 가득 담긴 책들도 사서 읽어볼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