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목적은 모카포트로 뽑아낸 에스프레소
LIFE PURPOSE
모카포트 Moka Pot로 추출해 마시는 커피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20년 가까이 된 거 같아요. 처음 모카포트를 만나게 된 것이. 그전에는 가끔 영화에서만 봤었습니다. 주인공이 집에 돌아와 식탁 위에 올려져 있는 모카포트에서 커피를 부어 무심코 마시는 장면. 그리고 여자 주인공이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바로 옆 테이블 모카포트에 들어 있는 어제 만든 커피를 마시는 장면도 기억이 납니다. 저는 커피는 바로 만들어서 따뜻하게 먹어야 맛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런 영화에서는 시크하게 그냥 물 마시듯 모카포트 커피를 마시는 장면이 그렇게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그 영향으로 저도 모카포트를 사서 커피를 만들어 먹기 시작했었는데, 전 모카포트로 만든 커피가 제일 맛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간편하게 핸드드립으로 마시는 것으로 바꿨지만 여차하면 또 모카포트로 돌아설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아내 커피와 제 커피를 따로 만들어야 하는 번거로움도 살짝 있겠네요. 이태리 볼로냐 출장에서 에스프레소를 딱 두 잔만 뽑아주는 앙증스러운 모카포트를 발견하고 신나게 이용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지금은 다 고장 나서 버렸죠. 대신 딸에게 하나 선물해 줬더니 잘 사용하고 있다고 하네요. ^^
제가 모카포트를 좋아하는 이유는 커피의 맛 때문이기도 하지만, 커피를 만들어내는 그 과정이 상당히 드라마틱하기 때문입니다. 중세 연금술사 Alchemist들이 주문을 걸어 마법의 음료를 만들어내는 그런 재미있는 상상력이 자극되기도 합니다.
연금술사 / Image : Pinterest그럼 모카포트의 원리를 한 번 볼까요? 그림을 참고해 가면서 봐주시면 이해가 빠르겠습니다.
아래쪽 보일러 Boiler 1에서 물이 끓을 때 생기는 뜨거운 수증기가 물을 위쪽으로 밀어 올리게 되는데, 이때 아래쪽 보일러와 위쪽 컨테이너 Container 5 사이에 위치한 원두가 담긴 바스켓 Basket 2를 끓는 물이 강력하게 통과하면서 에스프레소가 컨테이너로 추출되어 고이는 원리입니다. 위에서 아래로 내리는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중력을 거슬러 강력하게 뿜어 올리는 방식이 아주 드라마틱합니다.
저는 모카포트가 강렬하게 에스프레소를 뽑아내는 과정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보일러에서 끓는 물은 삶에 대한 나의 모든 뜨거운 노력들 (일, 자기 계발, 인간관계, 공부 등)이다.
바스켓에 담긴 원두는 명확하게 정의 내려 전 나의 삶의 목적 (비전, 소명, 삶의 목적 등)이다.
원두를 뚫고 솟아오르는 물은 나의 노력 중 삶의 목적과 일치하는 노력들이다.
컨테이너에 고이는 에스프레소는 삶의 목적대로 살아감을 통해 얻어지는 아름다운 결과들이다.
모두가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지만, "그 뜨거운 노력들이 나의 삶의 목적이라는 필터를 강력하게 통과해야만 목적에 맞는 결실을 맺을 것이다"라는 의미입니다.
아무리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더라도 그 열정의 강도가 필터를 뚫고 솟아오르지 못하거나, 열정은 강력하나 그 열정이 뚫고 지나갈 명확한 삶의 목적이 정의되어 있지 않다면 그 결과물은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온몸의 기(氣)가 다 빠져나가는 힘든 회의를 마치고 에스프레소 한잔 진하게 마셔보신 적 있으십니까? 진짜로 연금술사가 만든 신비의 묘약 potion을 마신 듯 눈이 밝아지고 피가 몸 구석구석까지 힘차게 뻗어가는 느낌을 받으실 것입니다.
똑같습니다.
삶의 목적은 우리가 매일 아침 의욕에 차서 잠을 깨고, 직장에서 활기에 넘쳐서 일하고, 하고, 하루를 마칠 때 성취감에 도취되게 하는 매일매일의 에스프레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