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었습니다

by 유현민

끊어내야 하는데 끊어내지 못하는 것들이 산재하고, 노력이 마땅한 성취로 이어지지 않아 괴롭습니다. 의도와 과정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는 게 꽤 무겁게 느껴집니다. 효용을 보여주지 못해도 생존이 가능한 건 딱 대학생까지인 것 같습니다.

분명 박수받아 마땅한 삶이었다고, 떳떳하게 살아왔는데요. 신념이 전부라고 뱉은 나날들이 사실 제일 큰 불행을 낳은 것 같습니다.


가장 친한 친구가 제가 너는 네 신념만 버리면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걸 어떻게 버려요. 내가 사랑했던 나는 다 거기 안에 있는데, 내가 제일 빛났고, 아픔도 행복도 다 거기에 있었는데.


조금이나마 자신을 사랑하게 된 저를 다시 미워해야 할까요? 아니면 자아를 죽이고 부품으로 돌아가야 할까요?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깊게 관찰하는 삶이 저주같습니다. 삶의 철학을 논하고, 여전히 추상성에 머물러있는 제 글이 밉습니다. 분명 이 나이쯤 되면, 제 길로 인정받아 멋지게 나아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요.


길을 잃고 벼랑 끝에 내몰린 기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