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장판을 켜 놓아 등짝은 뜨끈뜨끈. 머리맡에 길게 엎드린 고양이녀석의 보드랍고 북실한 꼬리털을 살살 쓰다듬는다. 이불 밖으론 코와 눈만 내 놓고. 침대 옆 손을 뻗으면 스마트폰과 새콤달콤 귤이 있지. 이봐요 천국이 달리 천국이냐구...
새해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SNS엔 온통 계획과 목표를 가지고 새롭게 달려가는 바쁘다 바빠 현대인들 뿐. 그러나 난 침대에 누워 약기운에 비몽사몽 일주일을 보냈다. 아파 죽겠으니까 용서는 되지만 불안하고 죄짓는 기분으로 말이다.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도 아니요, 함께 사는 아저씨와 청소년은 수년간의 훈련(?)으로 각자도생이 몸에 뱄다. 차려줘야 (처?!)먹는 스타일이 아니라는거다. 그저 내 몸뚱이만 건사하면 만고땡인데 기어이 일어난다. 밥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내팔자야 나죽네 에헤라 디야 사부작사부작.
곰곰히 지난 40여년(와 많기도해라)간의 1월들(!!!)을 돌이켜본다. 솔직히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았다. 약기운 때문일거야 그럴거야. 방금 전 일도 기억이 안나는데 지난 세월 기억해 뭐한담. 대단한 ‘킥오프’는 없었던걸로. 안 하던 짓 하면 죽을 때 된거라잖아. 평소와 비슷하니 되었다.
어젠 2주만에 헬스장에 나가 운동도 했고, 오늘 새벽 눈길을 뚫고 수영도 다녀왔다. 혈당 지수 치솟은 남편을 위해 드레싱 안 뿌린 생채소 샐러드를 큰 대접 가득 배식했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딸래미는 그냥 냅둬버렸다. 모든것이 평화롭다.
늦었다는 조바심은 버리고 그레고리력이 아닌, 나만의 달력에서 새해를 시작해보자. 시작점은 언제든, 내 멋대로 찍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