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3분 만에 악연 끊기
인덕이 없다,
제발 이제는 좋은 사람만 만나며 살고 싶다
신에게 빌고 싶은 당신이라면
교토의 핫 스팟 이 곳을 추천한다!
우중충 소박하니
을씨년스러운 신사 입구라도 무시하지 말 것.
크고 작은 수백개의 신사를 가진 소원의 도시
교토에서
유일하게 이 곳은
'악연을 끊어주는 신사'
야스이콘피라구다.
나쁜 사람과의 인연을 끊어줄 뿐 아니라
병, 악운 등을 끊어주기도 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신사라기에
사람이 많으면 어쩌나 걱정했건만
운 좋게도
부슬부슬 내리는 아침 가랑비 때문인지
까악까악 울어대는 강아지 만한 까마귀와
나 밖에 방문객은 없었다.
경내에 위치한
저 작은 바위 구멍을 기어서 통과한 후
끊고 싶은 인연을 적은 종이 부적을
풀로 바위에 붙이면
악연이 끊어진단다.
앞에서 뒤로 통과하면 악연을 끊고,
뒤에서 앞으로 통과하면 좋은 인연을
맺게 된다니
나는 왔다 갔다
욕심껏 저 좁은 구멍을 기어가며
제발 악연은 끊어지고
이제 좋은 인연만
나타나기를 빌어본다.
막상 코 앞에서 저 구멍을 보면
이 좁은 구멍을 어떻게 들어갔다 나오나
살짝 암담하긴 하지만
경험자로
여성복 77사이즈, 남성복 105 사이즈 까지는
무리 없이 가능할 듯 하니
겁내지 말고 도전해보자.
대신 손과 무릎이 지저분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물론
교토를 다녀와서
저 신사 덕에 좋은 인연만 만났다
정말 악연이 끊어졌다 말할 순 없지만
적어도 덕분에 한동안은 마음이 정말
소원성취한듯 편안했었으니
그걸로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