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사람들이 옛 성에서 노는 방법
사순절 축제 마소푸스트
새해가 시작되고 2월이 다 지나기 전에 체코 사람들은 슬슬 먹고 마시고 놀 준비를 시작한다.
크리스마스 한 달 전부터 새해까지 그렇게 먹고 마시면서 놀아놓고서는 이제 또 다른 시작인 것이다.
바로 '사순절 기간'을 준비하기 시작한다는 의미를 가진 '재의 수요일' 전에 열리는 체코의 'Masopust 마소푸스트 축제'가 동네에 있는 고성에서 열렸다. 이 축제의 이름인 Masopust 마소푸스트는 '고기를 삼간다'라는 유래를 가진 체코의 오래된 민속 축제이다.
이방인의 눈으로 볼 땐 사순절(부활절을 앞두고 40일 동안 금욕, 금주하는 절제의 기간)이 오기 전에 마음껏 먹고 마시면서 놀자는 심산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지만, 놀 때는 진심인 체코 사람들이라 어떻게 잘 먹고 마시면서 노는지 지켜보고자 카메라를 챙겨 축제가 열리는 옛 성으로 향했다.
말린 소시지와 고기를 구운 고기를 파는 부스
체코 사람들은 오래된 옛 성에서 노는 방법을 잘 이용하고 있다.
민속 축제를 열기에 모라비아 슬레지아 옛 지주의 성이라는 공간보다 더 멋진 공간이 또 있을까?!
옛날부터 전해져 왔을 만한 도구를 사용하고 전통 복장을 입고 있어서 그런지 축제에 왔을 때 마치 시간을 돌려 중세시대의 어느 시점으로 나를 데려다 놓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위생을 생각하는 복장이나 깨끗한 첨단 설비도 없고, 술을 마시면서 맨손으로 고기를 툭툭 내어 놓는 것 역시 하나의 짜인 퍼포먼스나 장사꾼이라는 느낌보다는 축제를 함께 즐기는 일원으로서 매우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너도 축제를 즐기겠지만 판매를 하는 나도 이 순간을 즐기고 있다!라는.
축제 기간 동안 많은 돼지들이 도축되는데, 축제 오전 시간대에는 돼지를 잡는 프로그램까지 있다고 한다.
돼지를 도축하는 것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다행히도) 슬레지아 성에 들어오자 오전에 잡은 돼지들을 널어놓은 것이 가장 먼저 보인다.
이 돼지고기들을 구워 먹고, 한쪽 부스에서는 마치 선짓국처럼 보이는 수프(묽은 팥죽 같은 비주얼)도 팔고 있었는데 그건 정말 용기가 나지 않아 먹어보지 못했던 게 조금 아쉽긴 하다. 두려움은 언제나 이 동양 여자가 가진 자그마한 모험심의 발목을 잡곤 한다.
새끼 돼지를 구워 파는 아저씨
짭조름한 손맛을 더해주는 아저씨새끼돼지를 구워파는 부스가 있어 구경하다가 아저씨와 찐한 아이컨택 후, 지갑을 열게 되었다.
작은 새끼돼지를 통째로 구워 손으로 살을 발라서 차가운 빵 몇 조각과 머스터드소스와 함께 한 접시에 올려주는데, 내추럴한 돼지고기 맛을 그대로 즐길 수 있었다. 물론 아저씨가 맨손으로 쫙쫙 찢어 올려주는 천연 나트륨이 느껴지는 짭조름한 맛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축제 가장행렬먹을거리와 마실거리를 제외하고도 밴드가 무대에서 체코 노래를 연주하거나 가장행렬의 퍼레이드 같은 구경하기 좋은 다양한 프로그램들도 진행되었다.
소, 쥐, 돼지, 굴뚝청소부, 유대인, 외국 병사 등 퍼레이드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각 가면과 분장에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보통은 옥수수 농사나 출산을 기원하는 등 삶의 질이나 행복을 비는 뜻이 있다고 한다.
오래된 민속 축제임에도 불구하고 행사 인원이나 축제를 즐기러 온 사람들의 연령대가 정말 다양하다는 것도 신기하고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전통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는 것도 부러운 일이다.
이 악마 분장을 한 사람은 축제 공간을 돌아다니면서 등에 꽂힌 나뭇가지로 사람들을 찰싹찰싹 때리면서 다니는데, 맞으면서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로 봐서는 아무래도 좋은 뜻이 있는 것 같다.
좋은 의미를 떠나서, 악마를 만나서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을 보고 나도 저 사람을 피해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너무 무서웠던 악마씨https://youtu.be/_yfO_sSl478?feature=shared
어쩌다보니 '걸어서 세계속으로' 재질이 되었지만
Masopust 마소푸스트 체코 민속축제의 생생한 분위기가 궁금하시다면 영상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