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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동 Jun 30. 2021

[짧은 서평]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0

제가 왜 하차했는지 들어보시겠어요? 그래도추천할 건데..

※본 서평은 해당 도서의 목차 중 '도가 : 도리와 특성'까지 읽고 작성한 것임을 밝힙니다. 


 강적을 만났다. 처음으로 책을 중도 하차했다. 그 과정에 많은 고민을 했는데, 본 서평에선 그 하차의 이유를 밝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를 말하고자 한다.


 많은 사람들이 '지대넓얕'이라고 부르는 책이었다. 특이한 줄임말이 내 눈을 사로잡았고, '지적 대화'라는 단어가 내 손을 사로잡았다. 지적 허영이 있는 나에게 얼마나 매력적인 단어인가. 0권이 유독 읽기 어렵다는 주변의 평에 생각했다. 책일 뿐일 텐데. 게다가 지식 전달의.


 호되게 당했다. 새로운 단어가, 문화가 끊임없이 등장했고 그것들을 이해할라치면 또 새로운 게 등장했다. 피곤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만 읽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도하차라니. 내가? 자존심이 상했다. 그러다 이유가 궁금해졌고, 책 제목의 의미를 깨달았다. 읽어야 할 이유도, 내가 하차한 이유도 모두 제목에 있었다. 넓고 얕은 지식.


http://www.yes24.com/Product/Goods/87532206?OzSrank=1


 이 책은 그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다. 읽은 부분을 간단히 소개하면 우주의 탄생-인간 존재의 이유-종의 분화-문명의 탄생-그리고 가장 큰 고비였던 베다까지. 느낌이 오는가?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것처럼 이과와 문과 감성을 오가는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언어의 주관성은 바꿔 말하면 개인이 사용하는 언어가 그 사람의 내면을 반영하는 표식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신이라는 언어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사용하는 신이라는 단어의 개념은 나의 내면의 크기와 형태를 그대로 반영한다. (중략) 내가 절대주의자라면 나의 신도 그러할 것이고, 내가 상대주의자라면 나의 신도 그러할 것이며, 내가 작은 사람이라면 나의 신도, 내가 큰 사람이라면 나의 신도 그러할 것이다. 사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누군가 신을 말할 때, 그 신은 발화자의 내면을 반영한다. 신은 각자의 마음 안에 산다.
p. 191


철학의 온기가 가득한 문단이 있는가 하면


말하자면, 우리 우주의 상수 값들은 그저 우연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세밀하게 조율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를 미세 조정 문제라고 한다. 이 거대한 우주는 마치 인간이 탄생할 수 있도록 미세하게 조정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p. 79


차가운 과학의 성찰이 담긴 문단도 있다. 


어려워 보이지만 막상 읽으면 이해하고 있는 내 모습이 보인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얕기 때문이다. 나는 왜 책을 읽는 데 피로감을 느꼈을까? 얕기 때문이다. 한 주제로 끊임없이 생각을 하는 나에게, 잦은 주제 변경이 힘들었던 것이다. 삶이 깊어지는 걸 추구하는 I형이라 그런가? 아이러니하게, 넓고 얕다는 말에 책을 읽기 시작했고, 정말로 넓고 얕아서 책을 하차했다. 


하지만 나와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분명 이 책을 흥미롭게 읽을 것이라고 생각해 마지않는다. 정말 스펙트럼이 넓다. 우리가 살면서 적어도 한 번은 마주하는 주제들이다. 때문에 읽으려고 했다. 즉, 이 책을 통해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으면, 책 제목 그대로 대화 주제가 무엇이든 어색하지 않게 대화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설명하는 문장을 적으며 마치겠다.



"자, 너는 여기까지만 알아도 충분해. 조금 어려웠지? 그럼 다음 주제로 넘어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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